배달라이더들이 법원에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로 위 오토바이 운전이 위험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음주운전 사고의 심각성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13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음주 상태로 오토바이 배달원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탄원서 1500장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음주운전 사고 예방을 위해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라이더유니온이 확인한 음주운전에 따른 배달라이더 사망사고는 작년에만 3건이다. 하지만 지난달 대법원은 3건 중 1건인 배달라이더를 사망에 이르게 한 만취 상태 운전자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주운전 사고 비율은 해외에 비해 높다. 보험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자동차보험 국제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음주운전 사망자 수는 295명으로 일본(159명)의 약 두 배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 대비 음주운전 사망자 수 비율도 한국이 8.8%로 일본(4.9%)을 크게 앞선다. 당시 일본의 자동자 등록 대수가 약 8200만대로 한국(약 2300만대)의 3배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음주운전 사고는 일본에 비해 더 심각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실제로 라이더유니온이 이번 설 연휴 기간 라이더 40명을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음주운전 직·간접 사고 피해 비율은 30%를 넘었다. 60%는 근무 중 음주운전 사고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배달라이더의 열악한 근로환경에 대한 문제 제기는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배달 수요가 늘었지만, 개개인 수익 규모는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주문 콜과 배당 등이 모두 플랫폼 시스템으로 이뤄지면서 배달라이더는 적정 수익 여부나 전체 수익 구조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되레 배달업체의 경쟁 탓에 주문량과 주문 달성 압박이 높아지면서 도로 위 사고 위험성이 더 커졌다. 하지만 배달라이더를 비롯해 플랫폼 종사자의 산재보험 의무화는 작년 7월에서야 법 통과로 가능해졌다. 이전까지는 주된 사업장에서만 산재 보험 혜택을 받도록 한 전속성 요건 탓에 ‘보호 사각지대’가 컸다. 라이더유니온은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음주운전은 용납될 수 없다”며 “음주운전 실태 조사와 제보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