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스타트업 스트리트]기술력 하나로 M&A·자금 조달…투자자 몰리는 '연구실 창업'

레인보우로보틱스·뉴로핏 등

삼성 등 대기업서 눈독 들여

교수·박사 주축…경쟁력 월등

창업 전 사업화 설득사례 늘어


대학 연구실에서 탄생한 기업들이 최근 대기업 인수·합병(M&A), 대규모 투자 유치 등의 낭보를 연이어 전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특정 기술 분야 연구실을 이끄는 교수나 소속 석·박사가 주축이 돼 시작된 만큼 기술 경쟁력이 일반 창업 기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에 벤처 투자사들이 아직 창업에 나서지 않은 주요 대학 연구진을 찾아가 기술 사업화와 투자 제의를 먼저 적극적으로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4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레인보우로보틱스 △뉴로핏 △에이딘로보틱스 △멀티플아이 △클롭 등 주요 대학 연구진이 설립한 기업들이 최근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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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주축이 돼 2011년 설립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최근 삼성전자 M&A 관련 보도가 잇따르며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는 다른 로봇주까지 들썩였을 정도다.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주 사업 분야는 협동·사족보행·이족보행 로봇 개발과 제조다. 이 중 핵심은 로봇공학의 정수로 꼽히는 이족보행 로봇 개발이다. 카이스트가 2002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이족보행 로봇 기술을 사업화한 것이 특징으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 일본 혼다 등과 글로벌 로봇 기술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현재 오준호 교수 연구실 박사 출신의 이정호 대표가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에서도 ‘연구실 창업 기업’의 약진 흐름은 거세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학과 석사 출신 빈준길 대표가 이끄는 뉴로핏은 지난해 11월 200억 원 규모의 시리즈C 라운드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며 누적 500억 원의 투자금을 받았다.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위해 영상 전문의가 장기간 분석해야 했던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 영상 등을 AI 기술을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핵심 사업이다. 뉴로핏은 올해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

연구진이 주축이 돼 창업한 기업은 기술 경쟁력이 학부생 창업 기업은 물론 여타 일반 창업 기업에 비해 높은 경우가 다수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 교수 및 박사 출신의 최혁렬·이윤행 공동 대표가 창업한 에이딘로보틱스는 1995년부터 연구실에서 축적한 ‘필드 센싱(공간 감지)’ 분야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로봇용 센서를 개발 중이다. 20여 년의 연구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다보니 기술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외 멀티플아이·클롭 등의 기업도 주요 대학 연구실에서 확보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기술력이 높다보니 연구진 창업 기업은 일반 학생 창업 기업에 비해 장기 생존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 교원 창업 기업의 5년 생존률은 85.7%로 학부생 창업 기업 5년 생존률 23.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카이스트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출신 교원이 창업한 기업 44곳 모두가 여전히 사업을 전개 중이다.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는 “연구실 창업가들은 다년간 기술 연구를 하며 원천기술과 같은 ‘기술 초격차’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연구자들은 기술 창업에 있어 명확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류 대표는 이어 “최근 시장에서는 아이디어나 실행력이 중심인 플랫폼 사업보다 기술 기반의 딥테크 사업을 눈여겨보는 추세”라며 “유망 기술 창업가를 찾기 위해 아직 창업하지 않은 연구자를 찾아 사업화를 설득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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