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봄철 임금협상인 '춘투'(春鬪)가 본격화하면서 자동차 기업을 비롯한 대기업 노동조합들이 사측에 기록적인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경제단체에서도 3~4% 이상의 임금 인상 방침을 발표해 역대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아사히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기본급 인상과 정기 승급분을 합친 금액이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도요타 노조 관계자는 "물가 상승에 지지 않는 임금 인상을 지속할 수 있는지가 일본 전체에서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인 혼다 노조도 기본급 인상액으로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월 1만3500엔(약 12만원)을 요구했다.
일본제철 노조 연합회는 기본급을 월 3만엔(약 26만원) 올려 달라고 요청했고, JEF스틸 노조도 같은 수준의 기본급 인상안을 사측에 전달했다.
중공업, 전기, 철도 업계의 일부 노조도 지난해보다 큰 폭의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사히는 "일본제철의 인상 요구액은 약 5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대기업 노조들이 이처럼 강하게 임금 인상을 바라는 배경에 일본 정부도 중시하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탈피가 있다고 짚었다.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대기업을 회원사로 둔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은 지난달 중순 임금을 4% 이상 올려야 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도 3% 이상의 기본급 인상에 정기 승급분을 포함해 5% 이상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다만 노조가 없는 중소기업이나 지방 기업들이 대거 큰 폭의 임금 인상에 동참할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8월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 190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임금 인상률이 1999년 이후 최고치인 3.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5인 이상 업체의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작년 12월까지 21개월 연속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