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유사 사건을 찾아주는 ‘인공지능(AI) 수사관’을 이르면 올해 말 도입한다. 매년 늘어나는 형사사건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검찰이 AI 기반 자체 포털을 구축하고 적용 가능한 AI 기술부터 빠르게 도입해 수사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올해 말 AI 기반으로 유사 사건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서비스를 도입한다. 이성범 대검 정보통신과장(부장검사)은 “올해 말 현재 수사 중인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찾아주는 AI 기술을 적용해 수사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또 생성형 AI 기반의 기술 검증에 착수해 ‘차세대 AI 수사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검이 가톨릭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이달 말 최종 발간될 예정인 ‘생성형 AI의 검찰 사건처리업무 활용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도 대규모언어모델(LLM) 도입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대검과 함께 연구를 진행한 신유진 가톨릭대 데이터사이언스과 교수는 “AI 기반으로 유사 사건을 자동으로 찾아주는 기술은 상대적으로 적용이 쉬워 이르면 올해 말께 적용 가능하고 수사 질문 생성, 형량 제안과 같은 응용 기술도 수년 내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10월 목표로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포털)’을 구축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들어서면 대량의 형사사법 데이터가 전산화되고 이를 통해 데이터의 응용과 분석이 가능해진다. 법무부도 AI와 형사사법 분야 자문단을 구성하고 AI를 도입해 수사 효율성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
대검은 차세대 포털이 구축되고 검찰 수사에 AI가 도입되면 이 포털에 가장 먼저 적용될 기술을 알아보고 있다. 현재 검찰 조직 확장에는 한계가 있는 반면 형사사건이 늘어나며 일선 검사들의 업무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2014년 말 개정한 검사 정원법은 검사 인원을 2292명으로 고정했다. 대검 연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검사들은 연간 1인당 670여 명의 사건을 처리하며 야근에 주말 출근이 일상화돼 있다. 실제 수사 증거물들이 전산화됨에 따라 압수된 PC에서 유의미한 내용을 찾거나 수십 명에 달하는 사건 관계자의 모바일 메신저에서 핵심 정보를 찾는 일이 길게는 1년 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검찰은 차세대 포털이 구축되면 순차적으로 다양한 AI 기술을 적용해 검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유사 사건 검색 외에도 △수사 정보 요약 △형량 제안 △증거물 내 중요 정보 추출 △수사 질문 생성 △진술 시 대화 자동 기록 등 분야에서 AI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또 1~2년 내 도입될 수 있는 AI 기술로는 형량 제안과 온라인 메시지 내 정보 추출 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AI 기반 진술서 요약 기술은 연구가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 데이터의 비정형성이 높고 데이터 자체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사람이 개입하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형량 제안도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라며 “특히 방대한 카톡 메시지 안에 중요한 정보만 추출하는 것도 조만간 도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