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국민 안전을 위해 일본 측에 어떤 질의를 했는지를 공개하라는 최근 법원 판결에 대해 당국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국익 관점에서 공개 여부와 범위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국희 원안위원장은 15일 서울 중구 호텔그레이스리서울에서 열린 올해 주요정책 추진계획 사전브리핑을 통해 “판결문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공개 여부를) 고려 중”이라면서도 “국익 관점에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결에 따라 일부 질의내용은 공개하되 국익을 저해하는 기밀은 선별해서 비공개로 두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유 위원장은 “판결문에서도 그런(국익에 민감한) 부분은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며 “당시 원안위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에 보낸 질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NRA가 오염수 방출과 관련해 어떤 검사를 하고 어떤 규제를 하는지를 중심으로 원안위가 질의해왔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공개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강우찬 부장판사)는 원안위를 상대로 제기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관련 정보공개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2021년 4월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후 원안위가 오염수 처분시 안전성 검증체계, 방사선 영향평가, 해양모니터링, 배출설비 사용전 검사의 실시계획과 측정 핵종 재선정 근거 등 일본 규제당국인 NRA에 질의한 내용을 원고 청구에 따라 일부 공개하라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했는지를 국민에게 알리라는 게 소송 취지였다. 판결 직후 원안위는 수용이나 항소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7일 후쿠시마 원전에서 오염수 5.5톤이 다핵종제거설비(ALPS) 정화를 거치지 않고 누출된 일에 대해 유 위원장은 “NRA에 관련 문의를 하고 있고 NRA는 조사 중이라고 바로 답했다”며 “NRA가 아직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원안위는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주요업무 계획으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같은 주변국의 원자력 상황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염수 방출이 당초 계획대로 이행되는지 지속 모니터링하며 올해 서해 5개 감시정점을 추가해 총 78개의 해역 방사능 감시를 시행한다. 원전사고를 가정한 관계부처 합동훈련도 12월 이뤄진다.
원안위는 이를 포함한 4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원자력 안전관리 기능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기존에 원전이 정기적으로 멈추는 2~3개월 간 집중적으로 실시했던 정기검사를 연중 상시검사로 바꾼다. 한정된 안전검사 인력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가동 중인 원전도 취약점이 발견되면 심층검사를 통해 안전성을 강화한다. 상시검사는 올해 새울 2호기를 시작으로 전체 원전으로 대상을 확대한다. 원안위는 또 차세대 원전 기술인 소형모듈원자로(SMR)의 안전관리체계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규제연구를 담당하는 ‘SMR 규제연구 추진단’을 올해부터 운영한다.
원안위는 올해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합규제검토서비스(IRRS) 수검을 받고 안전규제 전문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등 규제시스템을 고도화한다. 방사능 방재에 관한 국가 최상위 계획으로서 향후 5년간의 제3차 국가방사능방재계획을 수립한다.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군·경찰·소방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국가방사능방재 연합훈련도 10월 새울원전에서 개최한다. 불법 드론(무인비행체) 같은 신종 위협에 대해서는 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 교란장비 등 신기술을 도입해 대응할 계획이다.
유 위원장은 “올해 업무계획의 핵심은 국민 여러분의 안전한 일상을 지켜야 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기본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과학에 기반하여 효율적인 안전성 확인이 될 수 있도록 규제시스템을 고도화하는 것”이라며 “개혁 태스크포스를 통해 산업현장과 기술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감지하고 개혁과제를 적극 발굴해 규제가 현장에서 효율적이면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