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을 방문했다. 이 회장은 이달 초 삼성물산 부당합병과 관련한 재판 1심에서 전부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설 연휴 기간 해외 출장길에 올라 삼성SDI 말레이시아 공장 등을 점검한 바 있다.
이 회장은 16일 인천 송도에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 5공장 건설 현장과 4공장 생산 라인을 살펴본 뒤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사업 전략 등을 보고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도전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여기서 이 회장이 말하는 성과는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린 최대 실적을 뜻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조 7000억 원, 영업이익 1조 1000억 원을 각각 기록하며 2011년 회사 설립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2016년 상장 당시 3000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불과 7년 만에 12배 넘게 뛰었고 생산 능력도 세계 1위를 달성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내년 4월 가동을 목표로 5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올해는 차세대 항암 기술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에 본격 착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최근 △자가면역질환 △항암제 △혈액질환 △안과질환 등과 관련한 치료제의 판매 허가를 잇달아 획득하며 실적 질주에 기여했다.
이 회장이 7년 넘게 발목을 잡아온 사법 리스크를 끊어낸 뒤 바이오·배터리 등 미래 사업 현장에 가장 먼저 달려간 것도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2010년 바이오와 자동차 배터리를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선정한 뒤 집중 투자를 단행해 두 사업을 글로벌 선두권으로 키워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연말 인사에서 미래사업기획단을 신설해 제2의 신성장 사업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파른 성장은 선제적 투자 결단과 과감하고 지속적인 육성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바이오 분야에서 미래 기술에 선제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400억 원 규모의 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조성해 유망 바이오 기술 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난치성 뇌 질환 분야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 기업인 에임드바이오가 이 펀드로부터 투자 받은 대표적 기업이다.
이 회장이 미래 산업을 중점적으로 챙기는 배경에 선친이 남긴 ‘사업보국’ 정신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2011년 설립 당시 100여 명이던 고용 직원 수가 현재 4500여 명으로 증가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이 20대 청년이다. 이 회사가 지난해 납부한 법인세만도 2600억 원에 이른다.
다만 이 회장의 공격적 신산업 행보와 별도로 올해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삼성은 이르면 19일 이사회를 열고 정기 주주총회 소집 결의를 할 예정인데 이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 안건은 이사회에 오르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이 이 회장 무죄에 불복해 항소하기로 한 가운데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가 자칫 또 다른 구설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부활, 바이오 등 신성장 사업에서 인수합병(M&A) 등 과제가 많은데 지속적으로 사법 리스크에 노출돼 속도가 지연되는 것은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