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의 실적이 계속해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업을 하기만 하면 흑자가 난다”는 말도 옛말이 된 상태에서 업체들은 다양한 사업 묘수를 내고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의 전망이 밝지는 않아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스트리밍 업체들은 이전보다 개선되지 못한 스트리밍 사업 실적들을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뮤직이 국내 1위로 올라서면서 국내 업체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플로를 운영하는 드림어스컴퍼니는 지난해 총 2703억 원의 매출과 3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영업적자가 크게 개선된 것이지만 음원 스트리밍 사업의 호조 때문은 아니다. 드림어스컴퍼니는 “플로의 경우 플랫폼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이용권 매출액이 전년 대비 소폭 하락했다”고 밝혔다.
지니뮤직은 지난해 3070억 원의 매출과 15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1.1% 성장했다. 하지만 이는 스트리밍 사업의 성장 때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지니뮤직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수는 늘어났다고 볼 수 없다. 회사는 “연결 종속회사인 밀리의 서재의 전자책 구독서비스 등 매출성장에 따른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라고 설명했다.
NHN벅스는 올해 568억 원의 매출과 8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대비 60.9%의 영업이익 감소다. 회사는 “음악서비스 사업 시장 점유율 감소에 의한 매출액 및 영업이익 감소”라고 밝혔다.
토종 1위 멜론의 분위기도 만만치는 않다. 4분기 멜론은 2270억 원의 영업권을 손상처리했고, 영업권 잔액은 46억 원이다. 카카오는 영업권을 상각시키며 기업의 가치와 향후 전망을 보수적으로 잡아 놓은 상태다.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은 회사의 활로를 찾기 위해 분주하다. 플로는 AI서비스와 완성차 제조사, 금융사 등 다양한 서비스 및 기업과의 B2B 제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 또 음악 큐레이션 기능 강화와 AI 언어 모델 기반 음악 추천 기술도 자체 개발해 플로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지니뮤직도 사업 다각화에 열중하고 있다. AI 음원 시스템을 사옥 등에 공급하고 있고 서바이벌 프로그램도 공동 제작하는 등 사업을 확대 중이다.
문제는 이런 노력들이 토종 음원 플랫폼의 본질적 실적 개선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수 있지 못한다는 점이다. 음원 스트리밍 시장의 파이는 한정되어 있고, 더 이상 크게 성장할 여지가 없다. 서비스의 차별화도 어려운 상태다. 큐레이팅이나 음질 향상 등으로 점유율을 크게 높이기란 쉽지 않다.
B2C 사업과 B2B 사업의 비중이 거의 비슷해진 벅스는 음원 유통 사업을 확대하는 중이다. 신인 아티스트와 프로듀서의 음원 제작을 지원하는 ‘뉴 페이스’와 리메이크 프로젝트인 ‘퍼스트핸드’, 플레이리스트와 앨범 제작을 통해 음원 IP를 확보하는 ‘클리셰’ 프로젝트 등이 있다. 음악 큐레이션 브랜드 ‘에센셜’도 지속적으로 서비스 강화 중이다. 멜론도 ‘스포트라이트’ 등 다양한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업황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해외 진출도 어렵다. 해외 시장 역시 유튜브뮤직과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해외 사업자들이 진출해 있는 상태고, 여기서 국내 스트리밍 업체들이 진출한다고 해도 레드오션에 뛰어들 뿐이다. 또 국내와는 다른 해외 저작권법을 준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1개월 이용 100원’으로 대표되는 프로모션 등도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서비스 이용 전환의 탄력성이 적은 스트리밍의 특성 상 정말 큰 계기가 아니면 고객들은 움직이지 않고, 해지를 막는 데 도움을 주거나 탄력성이 높은 고객들만 왔다갔다 하며 이용할 뿐이다.
국내 업체들은 “유튜브뮤직과의 불공정 경쟁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계속해 주장해 오고 있지만 큰 진전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는 아직까지도 나오지 않았고 정부 등의 유관 부처에서도 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업계 전망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끼워팔기 논리로 국내 업체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도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더 지체된다면 서비스 운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특정 서비스사가 시장을 독점한다면 장기적으로 일반 이용자들과 창작자드레게도 피해가 될 가능성이 있어 빠른 판단과 조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