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전쟁 2년]전쟁터 한쪽에선 '재건' 투자 속도 낸다

향후 10년 재건 비용 650조원 추산

각국 부흥 지원 내세워 수주 모색 등

日 민관 합동해 우크라와 조약·협정

韓도 G7 재건지원 협의체 신규가입

"기업 참여 기회 ↑"…리스크 상존도

美전쟁기간 국방·우주 생산 17.5%↑

방산 산업 자금 유입, 에너지 수익도





러시아의 침공으로 촉발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4일로 2년이 된다. 서방 국가의 제재와 고립으로 초반 열세를 보이던 러시아는 전쟁이 장기화하며 반격에 나섰다. 미국을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고 이스라엘·하마스 충돌로 국제 여론이 분산된 데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리더십을 둘러싸고 잡음이 나오며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최근에는 격전지였던 아우디이우카를 러시아가 탈환하며 양측의 전투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쟁 속 650조 원 재건 사업 모색=전장의 포격은 여전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이미 전후(戰後) 우크라이나 재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재건 지원 협의체를 꾸리는 한편 개별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접촉해 부흥 사업 논의를 펼치고 있다. 향후 10년간 재건 비용이 650조 원에 달한다는 추산에 따라 대규모 수익 창출을 노린 러브콜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19일 일본 도쿄에서는 일본·우크라이나 정부 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부흥추진회의’가 열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가 참석한 이 행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본의 민간투자 및 지원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시다 총리는 “농업부터 제조업, 정보기술(IT)까지 총망라한 경제 발전을 목표로 관민 일체로 (우크라이나 재건을) 강력하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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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본의 민간투자를 촉구하는 구체적인 정책이 소개됐다. 진출 기업의 이중과세를 막고자 조세 조약을 맺는 한편 투자 협정 개정 협상에도 합의했다. 일본 무역진흥기구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사무소를 내고, 기업인들의 방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상용 비자 요건도 완화한다. 이날 하루 양국 기업 간에는 50건 이상의 협력 문건이 서명됐다. 앞서 공개된 내용을 보면 스미토모상사와 가와사키중공업이 우크라 국영 가스 수송 시스템 운영 회사와 제휴를 맺고 가스 수송 압축기 현대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라쿠텐그룹 산하 라쿠텐심포니는 통신망 정비에 나선다.

재건 사업에 따른 수주 기대감은 주요 국가들의 러브콜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24년 이후 10년간 우크라이나 재건에 필요한 금액은 4860억 달러(약 649조 원)에 달한다. 미래 가능성을 보고 아일랜드 건축자재 기업 킹스팬그룹의 킹스코트는 우크라이나에 생산 거점 건설을 비롯한 2억 80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추진 중이며 독일의 픽싯 역시 정부 투자 보증을 바탕으로 리비우에 제2공장을 마련했다.

◇韓도 공조 가입·재원 마련 등 리스크도=한국 역시 최근 주요7개국(G7)이 주축인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협의체 ‘우크라이나 공여자 공조 플랫폼(MDCP)’의 회원국으로 신규 가입했다. 정부는 관련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천문학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화하지 않았고 오랜 전쟁에 따른 경제 기반 붕괴, 전후 정치 혼란 가능성 등 위협 요인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 침공 전부터 우크라이나는 부패가 만연해 있었다”며 “해외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비즈니스 환경의 투명성 확보 역시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짚었다.

◇美 전쟁 중 국방·우주 분야 수혜 톡톡=한편 미국은 전쟁 과정에서 이미 톡톡한 경제 효과를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가 2년 전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후 미국의 국방 및 우주 분야 산업 생산이 17.5%가 증가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에 맞서 재무장이 시작되면서 미국 무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 국무부는 지난해 초부터 9월까지 평년보다 5배 이상 많은 800억 달러의 무기 거래를 성사시켰는데 이 가운데 500억 달러가 유럽 국가들과의 거래였다. 방위산업의 팽창으로 고용 창출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영국 방산 업체인 BAE시스템즈는 미네소타 공장을 확장해 500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고 제너럴 다이내믹스도 텍사스에 새 공장을 지어 12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경제 효과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러시아의 가스 공급 차단으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서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또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현재 승인된 LNG 프로젝트만으로도 2030년이면 미국의 LNG 수출이 두 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알렉스 먼튼 래피디언에너지그룹 LNG 이사는 “5개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미국 내에서 건설되고 있는데 투자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한다”면서 “미국 경제는 이 같은 대규모 투자의 덕을 확실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치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퍼주기’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효과를 강조하며 추가 지원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미국 상원을 통과한 950억 달러 규모의 안보 예산안에는 우크라 지원 예산이 607억 달러가 포함돼 있는데 이 중 64%는 미국 방위산업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설명이다.


송주희 기자·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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