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친(親)이란 반군인 후티가 홍해에서 영국 벌크선에 공격해 침몰 위기까지 몰아넣었다. 후티는 가자 전쟁 발발 후 해역을 지나는 서방 선박에 위협을 가해왔지만 직접적인 타격으로 격침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후티가 19일(현지 시간)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아덴만에서 영국 업체가 운영하는 벨리즈 선적 ‘루비마르호’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전했다. 야히야 사리 후티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배가 심각히 손상돼 완전히 작동을 멈췄으며 침몰한 위험에 처했다”며 “선원들이 안전하게 퇴선하는 것은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군 중앙사령부(CENTCOM)은 후티가 장악한 해상에서 두 발의 탄도미사일이 루비마르호를 겨냥한 사실을 확인했다. CENTCOM은 X(엑스·옛 트위터)에 “미사일 중 하나가 선박을 타격했다”며 “선박으로부터 조난 신고가 들어왔고 다른 상선과 함께 연합군함이 선원들을 돕기 위해 응답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격화한 이후 서방 세력에 대한 보복을 이유로 민간 상선 공격에 나선 후티의 도발 수위가 점점 더 고조되는 모습이다. 후티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홍해를 횡단하는 선박에 대해 30차례 넘는 위협을 행해왔지만 이번처럼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진 않았다. 특히 선원들이 배를 버리고 대피한 것은 루비마르호가 첫 사례다. 후티는 루비마르호 피격 후 24시간 동안 선박 2척을 추가로 공격했다. 표적이 된 2척 모두 미국 국적 선박이었다. 사리 대변인은 “항구 도시 호데이다에서 미군 무인기를 격추했다”고도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와 영국의 후티 근거지 공습 이후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던 홍해 위협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다국적 함대를 꾸리고 후티에 대항해왔지만 도발을 막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주요 핵상 무역로인 홍해를 통한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제 해상 운송비는 한 달 사이 70% 넘게 급등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최근 들어 배럴당 80달러 선을 웃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