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상사 개입땐 실패…1인체제 유튜브 고집 이유죠"

'홍보의 신' 펴낸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 인터뷰

5년 안돼 시정유튜브 구독자 62만

기획·제작 철저한 1인 체제 운영

공무원스러움 전형 탈피해 인기

책 '홍보의 신', 실무자에 도움되길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제공=충주시‘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이 충주시 유튜브 채널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사진 제공=충주시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 사진 제공=충주시‘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 사진 제공=충주시


2019년 4월 충주시 유튜브 채널에 한 편의 영상이 올라왔다. ‘시장님이 시켜서 억지로 시작한 충주시 공식 유튜브’라는 설명이 달렸다. 그렇게 시작한 채널은 5년이 채 되지 않아 구독자 62만 명의 채널로 성장했다. 충주시 인구(20만 7761명)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여전히 충주시 홍보맨의 1인 기획·촬영·편집으로 움직인다. 별도의 결재 라인은 없다.



“결재하는 팀장이 유튜브를 몰라도, 꽉 막혀도 나쁜 일이지만 깨어 있어도 역시 문제입니다. 만약 제가 지금 팀장이 된다고 해도 ‘유튜브의 맛’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충주시 유튜브 채널 운영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홍보의 신’을 펴낸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충주시 주무관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획한 사람이 영상의 연출 의도와 편집을 제일 잘 알기 때문에 철저히 1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책을 펴낸 이유도 제2의 충주시 채널을 꿈꾸며 유튜브 개설을 종용하는 상사와 이를 실행에 옮기는 실무자 모두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기 위해서다.

충주시 첫 유튜브 영상에서 조길형 충주시장이 김선태 주무관에게 “유튜브 해”라고 지시하고 있다. 충주시 유튜브충주시 첫 유튜브 영상에서 조길형 충주시장이 김선태 주무관에게 “유튜브 해”라고 지시하고 있다. 충주시 유튜브



구독자가 늘어도 1인 유튜브 체제와 편집 프로그램 구독료인 61만 원의 저예산을 유지하는 이유는 이렇다. 김 주무관은 “담당자에게 자유를 줘야 창의적인 게 나오는데 상사가 주제에 개입하는 순간 구독자가 아닌 상사가 타깃이 된다”며 “영상에 컷 단위로 개입하는 순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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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회사나 기관에서 유튜브 채널 임무를 맡은 다른 생계형 유튜버들을 위해 대신 쓴소리를 했다. 관리자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이 두 가지 있는데 첫째는 유튜브를 만들었을 때 다 해결될 것 같은 기대를 한다는 것, 둘째는 구독자의 입장을 신경 쓰지 않고 어떤 내용을 알리고 싶은지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그는 유튜브는 냉정히 말해 정보 전달에 적합한 채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전형성도 철저히 탈피했다. 지난해 3월 30만 구독자를 확보한 뒤 감사 영상을 올렸다. 보통 감사 영상에서 유튜버들이 감사의 절을 할 때 그는 의자를 젖힌 채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흰 양말 속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눕방’을 선보였다. 김 주무관은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의 결과”라며 “가장 감사해야 할 때 가장 건방지게 행동해 ‘공무원 같음’을 탈피하고 재미를 노렸다”고 말했다. 부제도 있다. ‘겸손맨의 낮은 자세 토크’.



경쟁자를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바로 홍보맨 자신이다. 김 주무관은 “구독자가 10만 명이었다면 할 수 있는 아이템이 굉장히 많았다”며 “채널이 커지고 구독자층이 다양해지면서 리스크 관리 때문에 이전처럼 뾰족한 콘텐츠를 할 수가 없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하지만 홍보맨은 또 다른 시도를 구상하고 있다. 그는 “지금의 방식이 먹히지 않을 때는 스트리밍(라이브)의 세계에 입문할 것”이라며 “더 날것으로 하는 과감한 도전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유튜브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는 ‘미움받을 용기’를 처방했다. 김 주무관은 “변화를 시도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를 감수해도 늘 좋은 방식으로 보상이 오는 것이 아니지만 일단 작은 발걸음으로도 바뀔 수 있는 것을 믿고 시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당부를 거듭 전했다. “많은 것을 하려 하지 말고 좁게 접근하세요.”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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