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무인점포도 이젠 '품질 경쟁'…스타트업이 변화 이끈다 [스타트업 스트리트]

AI·로봇기술 발전에 매장 늘자

가격 넘어 품질 향상에 안간힘

만월경, 커피머신 제조사 인수

위생등급 '매우 우수' 받기도

한 무인카페 매장 내부. 서울경제DB한 무인카페 매장 내부. 서울경제DB




그동안 인건비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에 집중했던 무임점포 업계가 최근 제품·서비스 만족도를 두고 다투는 ‘품질 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무인카페와 무인점포 솔루션 등 각 분야에서 최근 수 년 사이 설립된 신생 기업들이 이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SW), 로봇 기술 발달로 무인 서비스가 늘어나며 무인점포 시장의 초점은 점차 품질을 높여 소비자 재구매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카페 만월경’ 운영사 만월경은 최근 전자동 커피머신 제조사 릴리즈테크를 60억 원에 인수했다. 카페 만월경은 상주하는 인력 없이 운영되는 무인카페 브랜드다. 만월경이 릴리즈테크를 인수한 것은 커피 맛을 좌우하는 커피머신을 직접 개발, 제조, 관리해 품질 상향과 균일화를 이끌기 위해서다. 김재환 만월경 공동대표는 “카페 운영의 자동·무인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고, 무인화가 대세가 됐을 때 결국 브랜드 성패는 가격이 아닌 품질에서 갈릴 것”이라며 “품질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커피머신 제조사를 직접 인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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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경은 확장하는 무인점포 시장에서 품질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전부터 커피 가격보다는 품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릴리즈테크 인수 이전에도 만월경 전용 커피머신 개발을 지원하며 커피 내 ‘TDS(원두에서 추출된 커피 성분)’를 10% 이상으로 유지하며 맛을 높였다. ‘TDS 10% 이상’은 장기간 숙련한 바리스타가 구현할 수 있는 농도로 알려져 있다. 또 2021년 12월 법인 설립 이후 반 년에 자체 인테리어팀을 신설하며 매장 환경 관리에 나섰다. 품질 경영이 시장에서 반응을 일으키며 2021년 말 8곳으로 시작한 매장 수는 2022년 말 85곳, 2023년 말 251곳으로 급격히 늘었다.

무인 로봇카페 기업 엑스와이지가 운영하는 ‘라운지엑스알’은 지난해 무인카페 업계 최초로 ‘음식점 위생 등급제’ 지정을 신청해 전 점포에서 ‘매우 우수’ 등급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무인카페는 상주 인력이 없는 만큼 매장 관리가 비교적 잘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식품위생안전처가 주관하는 등급제를 받은 것이다. 이 역시 위생과 청결이라는 품질 가치를 높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동진 라운지엑스 대표는 “안전과 위생 수준을 높여 믿을 수 있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위생 등급제 지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이어엑스는 무인매장 관리 솔루션 ‘위키도키'와 ‘브라우니’를 통해 제휴 매장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있다. 특히 2022년 말부터 종합시설관리 전문기업 캡스텍과 손잡고 무인매장에 미화·주차·살균·방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점주 입장에서는 긴급 출동 같은 상황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매장 관리에 드는 품을 줄일 수 있다. GS25, 롯데슈퍼 등 대기업에서도 하이어엑스 솔루션을 사용한다. 권민재 하이어엑스 대표는 “점주가 매장 운영에 겪는 어려움을 줄이고 소비자 만족도는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무인점포의 외형 확장이 지속되며 시장 흐름은 가격 경쟁에서 품질 경쟁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공동대표는 “지난 2년 여 동안 가격보다 품질에 초점을 맞춰 매장을 운영한 결과 가격 인하에만 초점을 맞춘 기업들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무인점포라도 가격과 품질 모두를 잡지 않으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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