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커머스’ 사업에 뛰어든 e커머스와 배달앱들이 기업형슈퍼마켓(SSM) 및 편의점, 지역마트 등과 손잡고 ‘고비용 허들’을 넘고 있다. 퀵커머스 사업은 상당한 물류센터 구축·운영 비용 탓에 수익성이 나빠 대형 유통사도 줄줄이 두 손을 든 사업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네이버쇼핑과 요기요, 배달의민족 등 ‘퀵커머스’ 사업을 운영 중인 배달앱과 e커머스 업체가 대형마트, SSM, 편의점 등과 제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네이버쇼핑은 올해 4월부터 지역마트 플랫폼 ‘토마토’와도 연계해 제휴 대상을 지역마트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퀵커머스란 주문 후 1시간 이내에 소비자에게 상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이전까지 퀵커머스 사업의 대세는 각 업체가 자체 도심형 물류센터(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MFC)를 구축해 운영하는 것이었다. 수요를 예측해 필요한 상품을 미리 MFC에 보관했다가 소비자가 주문하는 즉시 물건을 챙겨 배송하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 MFC의 비싼 구축·운영 비용 등이 문제가 되면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운영 중인 업체들이 SSM, 편의점, 지역마트 등의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네이버쇼핑이다. ‘모든 마트 오늘 도착’이라는 슬로건 아래 ‘네이버장보기’ 서비스를 운영 중인 네이버쇼핑은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대신, 홈플러스익스프레스, GS더프레시, 이마트에브리데이 등 SSM과 단순 제휴를 맺고 퀵커머스 사업을 전개하는 방법을 택했다. 동네시장, 백화점 식품관과도 연계해 장보기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다가 오는 4월부터는 지역마트와도 연계해 상품군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배달앱 요기요도 주주사인 GS리테일의 GS더프레시와 GS25를 기반으로 퀵커머스 서비스인 ‘요마트’와 ‘요편의점’을 각각 운영 중이다. 배달의민족은 배민스토어 내 입점 업체를 홈플러스, 전자랜드, 삼성전자 등으로 넓혀 상품군을 확장했다. 제휴 업체에서 상품 포장을 마치면 배달앱 라이더들이 시간 내 배송만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최근 퀵커머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컬리는 자체 MFC를 구축하는 방안과 CU 편의점 매장 등을 유통 거점으로 활용하는 등 여러가지 방안을 열어놓고 고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컬리의 주 고객층은 강남 3구에 집중되어 있다”면서 “인근에 MFC를 지으면 물류센터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임대료가 비싸 다각도에서 사업을 검토하는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퀵커머스 사업은 물류센터 구축·운영 비용이 높게 유지되고 수익성이 낮아 대형 유통사도 줄줄이 철수한 바 있다. 이마트는 2022년 논현역에 MFC를 마련하고 쓱고우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 운영을 종료했다. 롯데슈퍼도 1시간 내 배달을 완료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지난해 중단했다. 같은 해 쿠팡도 자체 퀵커머스 서비스인 ‘이츠마트’ 서비스 지역을 대폭 축소한다고 발표하며 진통을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