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남성 직원 육아 휴직률 목표치를 설정·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육아 부담을 줄여 저출산 문제 극복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내년 4월 시행을 목표로 ‘차세대 육성지원 대책 추진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종업원 100명 이상의 기업은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법 적용을 받는 기업은 약 5만 개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목표치는 기업이 자율로 정한다. 다만, 수치가 낮을수록 ‘일·가정 양립에 소극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취업 희망자들의 평판이 반영될 수 있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터무니없이 낮은 목표를 설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현재 일본 내 남성 육아휴직 취득 비율은 여성 대비 현저하게 낮은 상황이다. 2022년 기준 17.1%로 같은 시기 여성(80.2%) 이용률을 한참 밑돌았다. 민간 기업이 2025년 대졸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육아휴직을 쓰고 싶다고 답한 남성은 60%로 여성(60%)과 큰 차이가 없었다. 수요가 있어도 현실적으로 휴직 취득을 어렵게 만드는 기업 문화가 제도 확산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후생성이 2022년 육아휴직에 대해 설문한 결과 남성 정규직의 23%는 ‘직장 분위기나 상사 등의 이해’가 휴직 취득의 벽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정부는 기업의 의식 개혁과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 기업에 ‘남성 육아휴직 취득률 목표 설정’을 요구하게 됐다.
종업원 100명 이하의 중소기업은 시정 요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지만, 목표치 설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노력 의무 규정’을 둘 계획이다. 다만, 종업원이 적고 자금 면에서 대기업보다 상대적인 어려움이 많은 중소기업을 위해 육아휴직으로 쉬는 동료의 일을 하는 사원에게 지급하는 수당 조성액을 정부 차원에서 확대할 방침이다.
일본은 지난해 4월부터 종업원 1000명 이상 기업에 대해 남성 육아휴직 취득률 실적을 의무적으로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내년 4월부터는 400명 이상의 기업까지 적용이 확대된다. 이번 개정안이 통과돼 시행되면 기업이 내세운 목표와 실제 결과(실적)의 차이도 알 수 있게 된다.
한편, 남편의 육아·가사 참여 정도는 맞벌이 여성의 경력 관리나 자녀 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생성의 2021년 조사에서 남편이 가사나 육아를 4시간 이상 하면 아내가 출산 후에도 같은 일을 하는 비율이 80% 달했지만, 남편이 가사·육아에 참여하지 않는 아내는 그 비율이 50%에 그쳤다. 이에 일본 정부는 민간 부문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