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청론직설] “정권따라 자원정책 오락가락…장기 계획·실행 책임질 독립기구 필요”

◆김동훈 차기 한국자원경제학회장(연세대 교수)

독립된 JOGMEC에 전권부여 日, 자원개발률 40% 성과

韓, 정치 논리에 자원투자 부침 심해 기술·인력 축적 못해

공급망 리스크 대응, 양자·다자 협력 ‘투트랙 전략’ 필요

한전 위기 넘기려면 전기요금 결정구조 바꿔 정상화해야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 격화로 반도체·배터리·에너지 분야 등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중국은 광물뿐 아니라 광물 가공 기술까지 통제하고 칠레 등 자원 부국도 자원민족주의를 강화하고 있다. 차기 한국자원경제학회장인 김동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2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정권에 따라 자원 정책이 오락가락했다”며 “일본의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와 같은 독립된 기관을 만들어 자원 개발에 대한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원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며 “자원 보유국과의 양자 간 협력 강화로 장기 공급계약 체결 및 광산 개발 투자를 적극 모색하고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간 협력 체제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중 갈등 속에 중국의 자원 무기화가 노골화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자원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반발해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제한 조치를 취한 데 이어 희토류 가공 기술까지 수출 금지 목록에 포함시켰다. 우리의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2차전지 등은 이 같은 핵심 광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희토류 생산·제련 밸류체인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우리나라는 심각한 경제안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칠레 등 남미 국가에서도 리튬 국유화 조치 등 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되고 있는데.

△남미 국가들의 리튬 국유화는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에 대한 수요가 폭발함에 따라 공급과 가격을 통제하려는 전략적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중남미 국가들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칠레 등은 리튬 수출로 수익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자국에 배터리 생산 공장 등을 유치해 산업구조를 전환하려 하고 있다. 우리도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단순히 리튬 등의 광물 확보에만 중점을 두지 말고 채굴부터 배터리 생산까지 아우르는 합작 투자 및 기술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보다 안정적으로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 등도 최근 공급망 협력 강화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

△미국이 최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C5)과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협의체인 ‘C5+1 핵심 광물 대화’를 출범시켰다. 미국은 희귀 광물에 대한 자급자족을 촉진하고 수입원 다변화를 위해 중요 광물 매장량이 많은 중앙아시아와의 공조를 모색해왔다. 자원 부국과의 연대 강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핵심 광물을 보유하려는 미국의 행보는 가속화할 것이다.



-자원 빈국인 우리는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자원 공급망 리스크에 대처하면서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책 수단들을 적절하게 조합해 상황에 따라 대응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광물자원 보유국과의 양자 간 협력 관계를 강화해 장기 공급계약 체결과 광산 개발 투자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핵심 광물의 공급선을 다변화해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계속 줄여야 한다. 이와 함께 광물안보파트너십(MSP) 등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간 협력 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공급망 안정화를 추구해나가야 한다.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민간의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할 텐데.

△민간 기업의 자원 개발 역량을 키우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자원 개발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하나 실패 위험이 크고 때로는 자원 보유국이 경제안보를 이유로 딴지를 걸 수 있으므로 민간의 힘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 중장기 관점에서 자원 개발 기업에 대한 금융 및 세제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해가야 한다. 핵심 광물 재자원화와 대체 자원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관련 전문 인력들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해외 자원 개발 등 자원 정책이 정권에 따라 출렁인다는 지적이 많다.

△해외 자원 개발이 성과를 내려면 여러 번 실패해도 버틸 수 있는 자본력과 전문 기술 인력 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권에 따라 해외 자원 개발 투자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전문 기술·인력을 축적하지 못했다. 자원 개발은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해외 자원 개발과 관련해 장기적인 계획과 실행을 책임질 수 있는 독립적인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조직의 사례를 든다면.



△일본의 JOGMEC 사례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일본은 정권에 따라 영향을 받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자원 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2004년 JOGMEC을 독립된 위원회 형태로 설치했다. JOGMEC은 자체 자원 개발 사업뿐 아니라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는 일본 기업의 출자 및 채무보증과 외교적 네트워킹 등을 돕는다. 지질 탐사 등 기술 정보도 지원한다. 일본 자원 개발의 전권을 부여받은 기구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석유·가스 자원 개발률(수입 자원 총량 대비 해외 자원 개발을 통해 확보한 자원량의 비율)은 10.7%에 그친 반면 일본의 자원 개발률은 40.1%에 달했다.

관련기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1차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에너지 안보는 생존과 직결돼 있다. 우리가 에너지 안보에 취약한 것은 에너지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소비가 많기 때문이다. 외부로부터의 공급 충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에너지 시장의 유연성 및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에너지를 수입하는 공급선의 다변화와 해외 자원 개발의 지속적 확대가 절실하다. 대내적으로는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에너지를 절약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한국은 세계 8대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고 국민 1인당 전력 소비의 경우 세계 5위 수준이다. 에너지 자립도는 낮은데 에너지 소비는 많은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철강·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의 비중이 높다.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낮은 전기 가격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전기요금도 현실화해 에너지 다소비 문화를 바꿔나가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이념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 시장의 기본 여건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정치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펼쳤다. 무리하게 탈원전을 추구하면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했다. 윤석열 정부는 잘못된 에너지 정책의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의 이용을 늘리고 재생에너지 확대의 속도를 조절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현실적으로 기후변화 및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모두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 여건에 따라 다양한 에너지원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정치 중립적으로 에너지 정책을 일관되게 추구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전력의 재무 위기 상황이 심각하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4조 5691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이 32조 6000억 원에 달했던 2022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들기는 했지만 총부채가 200조 원이 넘는 재무 위기 상황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한전은 도매 시장에서 전기를 구입해 소매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그동안 전기요금에 발전비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왔다.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과거 정부들이 물가 안정을 명목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했기 때문이다. 수요·공급의 시장 원리가 아닌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져 전기요금을 결정한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것이 한전 적자의 큰 요인이 됐다.



-한전의 위기로 발생하는 문제점은.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송배전 시설 등 전력 시설 유지를 위한 공사 발주가 줄어들고 협력 업체에 대한 공사 대금 지급도 지연되고 있다. 전력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재화나 서비스든 가격이 생산 비용을 반영하지 못하면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력 시장의 경우 한전 적자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전을 정상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전은 독점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지나친 정부 규제와 정치권의 간섭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기업의 생존과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전 문제를 제도적 측면과 전력 시장의 구조적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규제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이 독립된 조직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전기 가격을 결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구조적 측면에서는 전력 소매 시장 개방과 신규 판매 사업자의 시장 진입 허용 등으로 실질적 경쟁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전반적인 시장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소비자의 선택권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력 시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He is…

1968년 제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에서 근무했으며 미국 코네티컷대 등에서 강의했다. 2009년 이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올해 3월부터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임석훈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