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000670)이 고려아연(010130)의 제50기(2023년도) 주총을 앞두고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정관 개정 및 배당금 축소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표 대결을 예고한 가운데 고려아연 측의 해명에 대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주주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먼저 정관 변경의 경우 고려아연은 ‘표준정관’에 따른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영풍은 표준 정관은 표면적 이유일 뿐이고 실제로는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표준정관’ 반영을 이유로 기존 정관의 제17조(신주인수권) 및 제17조의 2(일반공모증자 등)의 조항을 변경하려 하고 있다. 현행 정관은 ‘경영상 필요 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만 제3자 신주발행을 허용함으로써 상법보다 엄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이번 정관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내세우는 ‘표준정관’은 기업 설립 단계에서 정관을 작성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상장사협의회 등에서 만들어 놓은 가장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는 게 영풍 측 주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창업 초기에 표준정관을 사용하더라도 추후 각 업종의 특성과 기업 운영 방침을 반영해 적절히 수정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업력이 오래된 기업일수록 표준정관이 아니라 기업의 역사와 전통, 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고유의 정관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의도대로 정관이 변경돼 아무런 제한 없는 제3자 배장 방식의 유상증자는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및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쓰일 위험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보다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미 고려아연은 2022년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 계열사 등에 잇달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전체 주식의 약 10%를,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약 6%의 지분을 외부에 넘김으로써 총 16% 상당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킨 바 있다.
배당금 축소 이슈를 놓고도 영풍과 고려아연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고려아연은 주주 환원율이 높다는 입장인 반면 영풍은 최근 수익성 감소 및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배당해야 할 주식 수가 늘어 주주환원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기에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했다. 앞서 반기 배당금 1주당 1만원을 포함해도 2023년도 현금 배당금은 1주당 1만5000원으로 전기(1주당 2만원) 대비 5000원 줄어들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배당이 이뤄지도록 결산 배당으로 1주당 1만원을 배당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1000억 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 환원율은 76.3%로 전기(50.9%)에 비해 훨씬 높아진 상황이고, 환원액은 2022년 3979억 원에서 2023년 4027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풍 측은 “2023년도 배당성향(1주당 1만5000원)은 56.76%로 2022년(1주당 2만원) 49.77%, 2021년(1주당 2만원) 43.58%에 비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시가배당률로 따지면 2021년 3.75%, 2022년 3.54%, 2023년 3.00%로 감소 추세”라며" 고려아연의 배당성향이 높아진 까닭은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진데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영풍은 1949년 고(故)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이다. 영풍은 1970년 아연 제련소인 영풍 석포제련소를 세웠고, 1974년 자매회사인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현재 영풍 석포제련소와 전자 계열사는 장씨 가문이, 고려아연과 기타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씨 가문이 경영을 맡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연간 아연 생산량은 약 120만 톤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영풍은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25.2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동안 고려아연 지분 경쟁을 벌여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은 3월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게 된다. 최 회장 측과 장 고문 측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0%대 초반으로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