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실리콘 실드





최근 대만 행정원은 라이칭더 총통 당선인이 후보 시절 제안한 ‘타오위안·신주·먀오리 대(大)실리콘밸리 계획’을 승인했다. 행정원은 대만판 실리콘밸리 공사에 2027년까지 4년 동안 1000억 대만달러(약 4조 2000억 원)를 투입한다. 전력·용수 공급, 교통망 확충, 인재 양성 등을 전방위로 지원하고 관련 법률도 마련하기로 했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실리콘 실드(반도체 방패)’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 용어는 차이잉원 총통이 2012년 11월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권위주의 정권으로부터 스스로와 다른 동맹을 보호하는 ‘실리콘 실드’”라고 쓴 뒤 대중화됐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는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으로 불린다. 반도체 공급망 차질을 우려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어렵고 미국은 유사시 대만을 지키기 위해 군사개입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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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일본·미국·유럽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반도체를 지렛대 삼아 안보 동맹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대만은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해 첨단 시설과 핵심 기술은 자국에 남겨두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TSMC는 대만 중부 타이중 과학단지와 남서부 타이바오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추가 건설한다. 대만 정부는 반도체 제조 장비에 이어 박막·기판 등 핵심 부품도 수출 통제 관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인 라이 당선인이 집권하면 미국·일본·대만의 반도체 3각 동맹은 더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TSMC의 핵심 생산 기지인 타이난시에서 입법위원 4선, 시장 재선을 하면서 반도체 산업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반도체 대전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경쟁국에 비해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관정이 원팀을 이뤄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안보 등을 두루 감안한 반도체 속도전을 펴야 할 때다.

최형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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