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저소득 취약계층 근로자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시행해 온 ‘생활안정자금’ 올해 예산이 전년 보다 48%나 줄었다. 이 지원 사업은 작년 조기 소진이 예상돼 200억 원을 확대했을 만큼 현장의 요구가 높다.
29일 고용부에 따르면 융자형태인 생활안정자금은 올해 예산이 884억6200만원으로 전년 본 예산(1500억 원) 대비 41% 줄었다. 사업 예산이 부족할 상황을 대비해 200억 원을 확대한 작년 수정된 최종 예산 1700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 48%나 급감했다.
이 사업은 국가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 안정을 위해 의료비, 혼례비, 장례비 등을 융자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근로복지기본법에 근거한다. 1996년 중소제조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의료비 융자를 시작한 이후 저소득층의 임금체불, 노부모 요양비, 자녀학자금 등 지원 범위를 늘렸다.
올해 사업은 예산이 반토막나면서 이 사업을 지원했거나 지원할 시민들의 어려움이 클 상황이다. 매년 이 사업은 당초 계획 보다 추가 재정이 투입됐을 정도로 현장 수요가 높아서다. 작년의 경우 1500억 원 규모 본 예산 중 절반 가량이 상반기 전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고용부는 200억 원을 기금운용변경 방식으로 확대했지만, 늘어난 예산도 작년 12월 모두 소진됐다.
올해 사업 예산이 급감한 이유는 정부의 국정 기조 변화로 보인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19 사태에서 크게 확대됐다. 2015년 1004억 원이던 예산은 2020년 2103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2022년에는 2318억5000만 원까지 증가했다가 정권이 교체된 작년 1700억 원, 올해 884억 원으로 감소세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때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확대를 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매년 예산은 당초 사업비 보다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확충을 통해 더 늘어났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건전한 재정 관리를 통해 효율적인 복지를 꾀한다. 건전 재정은 생활안정자금뿐만 아니라 정부 전체 예산을 관통하는 국정 기조다. 올해 정부 예산은 656조6000억 원으로 작년 보다 2.8% 늘었다. 19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낮았다.
이 사업의 구조적인 한계가 올해 예산이 크게 낮아진 배경도 될 수 있다. 이 사업은 근로복지진흥기금이 재원인데 고용부의 다른 기금과 비교할 때 규모가 너무 작다.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경우 올해 운영 규모는 23조4136억원에 이른다. 산재 환자 치료에 쓰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도 운용 규모는 20조2950억 원이다. 하지만 근로자복지진흥기금의 올해 운용 규모는 약 40분의 1 수준인 5011억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