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저소득층 결혼·장례·치료 돕던 생활자금 융자, 올해 ‘반토막’

고용부, 생활안정자금 884억…48%↓

작년엔 200억 늘릴만큼 현장요구 높아

복지 확대→건전 재정…정권 변화 영향

다른 기금 비해 규모 작은 구조 한계도

13일 오전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 버스정류장에 내려 일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13일 오전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서울 광화문 네거리 버스정류장에 내려 일터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저소득 취약계층 근로자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시행해 온 ‘생활안정자금’ 올해 예산이 전년 보다 48%나 줄었다. 이 지원 사업은 작년 조기 소진이 예상돼 200억 원을 확대했을 만큼 현장의 요구가 높다.

29일 고용부에 따르면 융자형태인 생활안정자금은 올해 예산이 884억6200만원으로 전년 본 예산(1500억 원) 대비 41% 줄었다. 사업 예산이 부족할 상황을 대비해 200억 원을 확대한 작년 수정된 최종 예산 1700억 원과 비교하면 올해 48%나 급감했다.



이 사업은 국가가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 안정을 위해 의료비, 혼례비, 장례비 등을 융자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는 근로복지기본법에 근거한다. 1996년 중소제조업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의료비 융자를 시작한 이후 저소득층의 임금체불, 노부모 요양비, 자녀학자금 등 지원 범위를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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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사업은 예산이 반토막나면서 이 사업을 지원했거나 지원할 시민들의 어려움이 클 상황이다. 매년 이 사업은 당초 계획 보다 추가 재정이 투입됐을 정도로 현장 수요가 높아서다. 작년의 경우 1500억 원 규모 본 예산 중 절반 가량이 상반기 전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고용부는 200억 원을 기금운용변경 방식으로 확대했지만, 늘어난 예산도 작년 12월 모두 소진됐다.

올해 사업 예산이 급감한 이유는 정부의 국정 기조 변화로 보인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19 사태에서 크게 확대됐다. 2015년 1004억 원이던 예산은 2020년 2103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다. 2022년에는 2318억5000만 원까지 증가했다가 정권이 교체된 작년 1700억 원, 올해 884억 원으로 감소세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때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확대를 우선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매년 예산은 당초 사업비 보다 추가경정예산 등 재정 확충을 통해 더 늘어났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건전한 재정 관리를 통해 효율적인 복지를 꾀한다. 건전 재정은 생활안정자금뿐만 아니라 정부 전체 예산을 관통하는 국정 기조다. 올해 정부 예산은 656조6000억 원으로 작년 보다 2.8% 늘었다. 19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낮았다.

이 사업의 구조적인 한계가 올해 예산이 크게 낮아진 배경도 될 수 있다. 이 사업은 근로복지진흥기금이 재원인데 고용부의 다른 기금과 비교할 때 규모가 너무 작다. 실업급여 재원인 고용보험기금의 경우 올해 운영 규모는 23조4136억원에 이른다. 산재 환자 치료에 쓰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도 운용 규모는 20조2950억 원이다. 하지만 근로자복지진흥기금의 올해 운용 규모는 약 40분의 1 수준인 5011억원에 불과하다.

세종=양종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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