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남은 의사마저 떠나면 어쩌나” 빅5 병원장들 연일 전공의 복귀 호소

전공의 복귀 시한 지났지만 복귀율 3%에 그쳐

주요 병원들, 연휴기간 내 전공의 복귀 독려 나서

보건복지부는 1일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송달했다. 이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보건복지부장관 명의의 '의료법 제59조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공시송달'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보건복지부는 1일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시송달했다. 이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는 보건복지부장관 명의의 '의료법 제59조2항에 따른 업무개시명령 공시송달'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의료센터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제시한 전공의 복귀시한(2월 29일)을 넘기며 '3월 의료대란'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병원장들이 연일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필두로 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 등을 보유한 가톨릭중앙의료원에 이어 서울아산병원도 전공의들에게 병원장 명의로 “돌아와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화성 가톨릭대 의무부총장 겸 가톨릭중앙의료원장은 전일 의료원 산하 병원 전공의들에게 전한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지켜왔던 우리의 소명과 우리를 믿고 의지해 왔던 환자들을 생각해 속히 각자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달라”고 요청했다.

해당 메시지는 빅5 병원 중 하나인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여의도성모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인천성모병원, 성빈센트병원, 대전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산하 8개 병원에 등록된 전공의들에게 이메일과 문자로 전달됐다.



이 원장은 “생명존중의 참의료를 펼치고 싶어하는 여러분이 의료현장을 떠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선배 의사로서, 기관의 책임을 맡은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한다”며 운을 뗐다. 이어 “여러분이 꿈꾸고 가꿔나가고자 하는 이 땅의 올바른 의학교육과 의료현장의 개선을 위해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며 “치유자인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환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여러분의 소명을 생각해 환자들과 함께 해주길 청한다”고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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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도 이날 전공의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완치의 희망을 안고 찾아온 중증 및 응급 환자 분들에게 여러분은 가장 가까이에서 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의사 선생님”이라며 “우리 병원은 중증 환자 치료와 필수의료 비중이 매우 높고 그 중심에 선생님들이 있다. 여러분의 주장과 요구는 환자 곁에 있을 때 힘을 얻고 훨씬 더 잘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병원장이 직접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과 송정한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 이재협 서울시보라매병원장은 전공의 복귀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소속 전공의 전원에게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 달라는 취지의 문자와 이메일을 보냈다. 다음날인 29일 하종원 세브란스병원장과 송영구 강남세브란스병원장, 김은경 용인세브란스병원장은 전공의들에게 “우리나라 의료의 미래와 환자의 생명을 위한 여러분의 오랜 노력과 헌신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복귀를 호소했다. 같은 날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도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병원을 운영 중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생님들의 빈 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진다”며 “이제 현장으로 돌아와 환자분들과 함께하며 그 마음을 표현해 달라”고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에서 전공의 294명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복귀율은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지난달 28일 오후 7시 기준 9076명)의 약 3%에 그쳤다. 복지부는 이틀 연속 이탈자 비율이 하락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체감할 만한 규모의 복귀는 없다는 게 진료 현장의 중론이다. 일부 전공의들이 복귀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며 더러 돌아오고는 있으나 대세가 바뀌었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일선 병원들은 3월 1∼3일 연휴 기간 전공의들의 복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현장에서는 병원에 남아 전공의들의 공백을 메웠던 4년 차 레지던트의 계약기간이 지난달 말 종료됐고 이번 달부터 들어오기로 한 인턴, 계약 연장이 필요한 전임의 중 상당수가 계약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4일 이후 의료공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빅5' 병원 병원장들이 차례로 소속 전공의들에게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데는 이 같은 우려가 담겼다.

복지부는 미복귀 전공의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복지부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건국대병원·동국대일산병원·충북대병원·조선대병원·분당차병원·계명대동산병원·인제대부산백병원·가톨릭중앙의료원 등 11개 수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공고했다. 부재 및 주소 확인 불가 등의 사유로 업무개시명령서를 직접 또는 우편물 형태로 송달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홈페이지 공고로 대체한 것이다.

이달부터 현장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과 사법 절차가 시작하겠다는 게 복지부의 기본 입장이지만 연휴 기간 내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 관용을 베풀 가능성도 제기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마감 시한까지 복귀를 마쳐야 면허 정지 등 불이익을 피할 수 있다”면서도 “3월 1∼3일 연휴 기간 내에 복귀하는 전공의들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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