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경로당 5일 점심 제공’ 공약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는 중식도우미 인력 수급부터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식사 제공 서비스를 확대하기에 앞서 중식도우미 근무 환경, 노후 경로당 시설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기준 영등포구에 위치한 ‘A’ 경로당(중식 신청 인원 43명)과 ‘B’ 경로당(중식 신청 인원 18명)의 중식도우미 수는 두 곳 모두 3명으로 동일하다. A 경로당에서 근무할 경우 한 명이 노인 14명의 식사를 맡아 B 경로당의 2~3배 수준의 일을 하는 셈이다.
양송이 영등포구의원(더불어민주당, 신길4‧5‧7동)은 지난달 영등포구의회 본회의에서 이처럼 비효율적인 중식도우미 분배 현황을 지적하고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 의원에 따르면 현재 영등포구에는 339명의 중식도우미가 근무 중이지만 전체 경로당 중식 신청 인원은 약 2700명이다.
경로당 중식도우미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영등포구 뿐만이 아니다. 현재 대한노인회 각 지회에서 맡고 있는 경로당 중식도우미 사업은 다른 노인 일자리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아 모집이 어렵다. 금천구 역시 당초 모집 인원은 총 180명이지만 지원자가 부족해 현재 164명만 근무 중이다. 이에 강동구, 영등포구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월 3~10만 원의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처럼 경로당 내 중식도우미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매일 무상 점심 제공’ 공약을 내놓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주 5일, 국민의힘은 주 7일 어르신들에게 점심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입을 모아 “중식 제공 확대에 앞서 업무 강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노인회 관계자 A 씨는 “근무 시간 중 3시간 동안 배식만 해도 바쁘지만 이외에 장도 봐야 하고, 김치도 담가야 하니 시간이 모자라다”면서 "지금은 어르신들이 그런 일을 봉사 개념으로 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B 씨도 “원래 다른 일자리에 비해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라 모집이 힘들었다”면서 “우리 구에서는 2022년 6월부터 추가 수당 3만 원을 지원하고, 올해부터 고용 연령 기준도 완화되면서 이번 달에 겨우 모집 인원이 다 찼다”고 전했다.
중식 조리에 필요한 주방 시설도 경로당마다 천차만별이다. 금천구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구내 경로당 중에는 주방이 좁아 도우미 2명이 들어가기 어렵고, 배기구가 없어 조리가 어려운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영희 금천구의원은 지난달 14일 열린 본회의에서 "발 빠른 주 5일 식사제공보다 관리 체계 미흡, 시설환경 개선 등 다양한 문제점이 있으니 경로당의 전반적인 실태조사 및 적극적 개선방안 수립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와 관련해 A 씨 역시 "신축 아파트에 있는 경로당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오래된 경로당은 주방이 좁고, 에어컨이 없는 곳도 있다"며 "정치권에서 '점심 제공' 현수막만 걸 게 아니라 근본적인 처우와 시설 개선을 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