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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뽑기 위해 길러지는 개 '공혈견'을 아시나요[지구용]

사진출처=이미지 투데이사진출처=이미지 투데이




사람이 다치거나 아파서 수술을 할 때 수혈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피는 대한적십자사에서 관리합니다. 사람들이 헌혈한 피를 모아 분류하고 문제는 없는지 검사하고, 잘 보관해 혈액이 필요한 곳으로 보내죠. 그럼 수술한 개나 고양이들이 수혈이 필요할 땐 어디에서 어떻게 피를 공급 받을까요? 국내 개·고양이 혈액의 무려 90%를 공급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바로 한국동물혈액은행이란 곳인데요. 규제 사각지대에서 20년 넘게 동물 혈액을 유통하고 있어 각종 잡음이 들리고 있어요. 특히 이 업체는 지난해 말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된 바 있는데요. 사실상 동물 혈액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보니 고발 이후 혈액 공급이 전면 중단돼 병원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고 해요. 어떻게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동물 혈액 시스템이 이렇게 방치돼 있었던 걸까요? 동물혈액은행 그리고 공혈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오늘의 <지구용> 지금 시작할게요.

국내 최대 동물 혈액 공급 업체가 고발 당한 이유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동물혈액은행은 현재 약사법 위반으로 고발돼 검찰에 송치된 상태에요. 동물의 혈액과 혈액을 활용한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약사법에 따라 일정 시설 기준을 갖추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허가, 품질 평가를 받아야 해요. 하지만 동물혈액은행은 전혈(혈액 전체 성분), 농축적혈구(혈장·혈소판 제거), 혈장, 특수혈장, 면역 제제를 판매해 오면서도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았어요. 언론과 동물보호단체가 나서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자 관할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 검역본부는 지난해 12월 혈장, 특수혈장 등의 피를 가공한 치료제의 생산을 중단하도록 했어요. 하지만 전혈은 계속해서 생산할 수 있게 했어요. 이 업체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데, 여기서 전혈 공급을 중단해버리면 아픈 동물들이 치료 받을 수 없으니까요. 물론 동물보호단체들은 “사람의 전혈은 약사법을 지켜야 하는데 왜 동물의 전혈은 예외로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어요. 인증 받지 않은 민간 업체에서 유통한 피를 반려 동물에게 수혈해야 하는 보호자들은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고요. 어떻게 무려 20년 동안이나 이렇게 방치될 수 있었을까. 검역 본부는 한국동물혈액은행이 당국에 제조업 신고를 하지 않아 감독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고, 한국동물혈액은행은 “신고하고 싶어도 제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정부 당국에서 등록 허가를 유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양성화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 너무도 아쉬운 부분.

평생 피를 뽑혀야 하는 그들 ‘공혈 동물’


2019년 한국동물혈액은행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신축 견사의 모습.2019년 한국동물혈액은행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신축 견사의 모습.


이런 절차상의 결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피의 주인’에 관한 것이에요. 동물혈액은행은 혈액 공급을 위해 '공혈견 농장'을 운영하고 있어요. 공혈견. 말 그대로 피를 제공하기 위해 사육되는 개들이란 뜻이에요. 이런 공혈견들이 국내에 300~400마리일 것으로 동물단체들은 파악하고 있어요. 동물혈액은행의 현재 사육 규모는 알려져있지 않아요. 다만 2015년 동물단체들과 언론사가 농장에 찾아간 적이 있는데, 당시 300마리 정도가 있었다고. 현장에서는 뜬장에 같힌 개들과 비위생적인 환경, 사료가 아닌 잔반을 먹이로 주는 것 등이 발견돼 논란이 됐어요. 이 일을 계기로 뜬장을 없애고 사료를 도입하는 등 일부 변화가 이뤄지긴 했는데요. 방역 문제를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현재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전혀 알려진 바가 없어요. 아울러 농장의 동물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얼마의 주기로 피를 얼마나 뽑히는지, 병들고 나이 들면 어떻게 되는지도 그들의 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좋은 환경에서 기른다면 평생 피를 뽑아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고요. 강부성 한국헌혈견협회 대표님은 "아무리 깨끗하고 넓은 공간에서 잘 관리가 된다고 해도, 평생 피를 뽑히기 위해 길러진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셨어요.

가이드라인 만들었다는데…우리도 좀 알려줘요


이런 상황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제도가 전무하다는 사실이에요. 지난해 말 고소 고발이 이뤄지고, 동물혈액은행이 이슈화되면서 검역본부가 지난 1월 ‘동물 혈액 생산·유통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긴 했어요. 하지만 이 가이드라인은 법적 강제성도 없고 혈액과 혈액 공급의 안전성에만 초점을 맞췄을 뿐 공혈 동물의 복지에 대한 내용은 없어서 동물단체들은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요. 특히 정부 부처와 업계 관계자들만이 회의에 참여해 동물단체들은 "밀실 회의"라고 비판했어요.

이렇듯 기본적인 관련 법규도 없는 상황이라 법안 마련이 절실한데요. 시도는 있었지만 관심 부족으로 번번이 입안에는 실패하는 중. 2017년 동물혈액 취급 업종과 채혈·공혈동물 보호 관리 지침 등을 마련하는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어요. 이후 움직임이 없다가 지난 1월 공혈 동물에게서 채혈할 때 일정 기준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헌혈 문화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이 제출된 상태에요. 입법 과정에서 용사님들의 관심과 응원이 많이 필요한 거 아시죠? 오늘의 레터를 통해 공혈견에 대해, 동물 혈액 유통 시스템에 대해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지구용 레터도 힘을 보태는 차원에서 공혈견 관련 내용을 다음 레터에 한 번 더 발행하려 해요. 농장에서 길러지는 공혈견이 아닌,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다른 강아지들을 위해 헌혈하는 헌혈견에 관한 이야기에요. 반려동물 헌혈 또는 수혈에 관심있었던 용사님이라면 다음주 레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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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제로웨이스트·동물권·플라스틱프리·비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소식을 e메일로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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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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