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기업인들의 의문사가 잇따른 가운데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 목소리를 냈던 러시아 최대 민간 석유기업 '루코일(루크오일)'의 부사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돌연사했다.
루코일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2년간 최고경영자(CEO), 회장, 이사회 의장이 숨진 데 이어 이번에 부사장까지 경영진이 총 4명 사망했다.
러시아 매체들은 비탈리 로베르투스 부사장이 스스로 목을 매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회사 직원은 텔레그램 게시물에서 "부사장은 몇 시간 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사무실에 가본 직원들이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는 질식 자살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루코일은 세계 원유시장의 2%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에너지 거물’ 기업이자, 공개적으로 전쟁을 비판한 몇 안 되는 러시아 기업이다. 루코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3월 "이 비극으로 충격받은 모든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표시하며 정부에 "지지한 협상과 외교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 후 그해 5월 CEO로 재직했던 알렉산더 수보틴이 갑자기 숨졌다. 그는 모스크바 미티시치에 위치한 한 가옥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추정된 사인은 약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이어 루코일의 전 회장 라빌 마가노프가 그해 9월 모스크바 한 병원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사회 의장인 블라디미르 네크라소프가 심부전으로 숨졌다.
한편 CNN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최소 8명의 저명한 러시아 사업가들이 돌연사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러 대륙에서 러시아인들의 '미해결 죽음'(unsolved death)이 급증했다"며 “사업가, 관료, 정치인 등 다양한 부류의 러시아인들이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의문사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22년부터 현재까지 사인이 풀리지 않은 채 의문사를 맞은 러시아 사업가는 50명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