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 ‘신생아 학대 의혹’ 사건과 관련, 병원 폐쇄회로(CC)TV를 재조사하던 안세영 검사의 눈에 수상한 정황이 포착됐다. 하나의 간호기록부인데, CCTV상과 검찰에 제출된 내용이 다소 차이가 있었다. CCTV에서는 간호기록부에 학대를 받았다고 의심되는 아기가 ‘매우 보챈다’고 기록돼 있었다. 하지만 검찰이 확보한 간호기록부에는 ‘양호하다’고 기재돼 있었다. 5개의 칸에 보채는 정도는 브이(V)자로 체크하는데 두 자료가 다르게 기록돼 있었던 것이다.
안 검사는 “울거나 칭얼거리는 게 아기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상 신호일 수 있어 병원에서는 이를 간호기록부에 꼼꼼히 기재하는데, CCTV상 보이는 것과 제출된 내용이 달랐다”며 “증거 은폐의 정황이라는 점에서 재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건은 경찰이 애초 간호조무사 A씨를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송치한 것이었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1년 동안 추가 수사해 간호조무사 A씨를 울고 보채는 신생아를 CCTV 사각지대로 데리고 가 귀를 잡아당기고 비틀어 다치게 하는 등 아동 학대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통상 다툼의 소지가 분분해 입증이 쉽지 않은 신생아 학대 의혹 사건이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안 검사가 공판 과정에 투입되면서 흐름이 180도 바뀌었다.
공판 자료를 재차 살펴보는 과정에서 ‘본인이 기록을 위조했다’는 취지의 피의자 진술을 확인한 안 검사가 수사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 검사는 당시 부산지검 서부지청 형사 3부 공판팀에서 수사팀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오히려 발견한 정황을 근간으로 재수사에 돌입했다.
특히 CCTV에서 발견한 증거는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의 방아쇠로 작용했다. 압수 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휴대전화기에서 각종 문자 메시지와 통화 녹취 파일을 확보하면서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조직적 사건 은폐 정황도 확인했다. 병원장이 지시하면, 행정부장 B씨가 수사 단계상 진술 감시와 ‘입 맞추기’를, 수간호사인 C씨가 증거 조작을 행하거나 간호조무사들에게 지시하는 역할을 맡아 사건의 진실을 숨기는 방식이었다.
녹취 자료에는 ‘사건 은폐 부분에 대한 수사가 다시 들어오면 큰일 난다’는 등 생생한 범죄 정황이 담겨 있었다. 안 검사는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피 묻은 배냇 저고리를 폐기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이는 ‘학대가 아니라 목욕 시간에 면봉으로 태지(태아의 피부를 싸고 있는 물질)를 제거하다가 실수로 상처가 난 것’이라는 수사·재판상 A씨 주장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이었다.
결국 검찰은 △의료 기록 위조 △피 묻은 배냇 저고리 폐기 △허위 소견서 제출 △집단 허위 증언 등 사건을 은폐한 전모를 밝혀내 주범인 B·C씨 2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병원장 등 10명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겼다. 부모의 마음에서 접근한 안 검사의 끈기가 혹여 은폐될 수 있었던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는 계기가 된 셈이었다. 사건 발생 직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3년 동안 병원 관계자들 전부가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며 억울해 하던 아기 부모의 마음 고생을 어느 정도 치유하게 하는 순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