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행각으로 얻은 편취금 420억 원을 상품권 업자와 결탁해 세탁한 후 이를 해외로 빼돌려 온 허위 상품권 업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사기),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등에관한법률(은닉및가장) 혐의로 자금 세탁 일당 8명을 검거하고 2월 중순까지 차례로 검찰에 넘겼다고 18일 밝혔다. 이들 중 허위 상품권 업체 대표 6명은 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20대 남성 K 씨 등 허위 상품권 업체 일당은 베트남에 거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기조직의 지시에 따라 돈세탁에 나섰다.
이 허위 업체 대표들은 동향 출신의 지인 사이로 2023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서울 강남구 일대의 오피스텔과 아파트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범행을 이어왔다.
이들은 상선인 사기조직이 편취한 투자 금액을 허위 상품권 업체 법인 계좌로 송금 받고, 이를 다시 실제 상품권 업자들을 통해 세탁해 해외로 반출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범죄 수익금 세탁을 지시한 사기조직은 “국내 주식 동향을 알려주고 투자 시 최소 50% 이상의 수익률을 볼 수 있다”, “동행신탁프로젝트에 돈을 입금하면 저가에 주식을 매입해 투자자들의 주식앱 계좌로 주식을 할당해 줘 300~600%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오픈채팅방을 통해 유명 투자전문가를 사칭하며 피해자들을 유인해 투자금을 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 사건으로 현재까지 이들의 범행으로 총 86명의 피해자를 확인했으며 피해금액은 9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사기조직은 주식·가상자산 투자 리딩방 사기 수법, 부업 알바사기, 금·오일 투자사기, AI 인공지능을 이용한 투자사기, 대화 앱을 통한 로맨스형 사기 등 다수의 사기범죄를 이어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신고를 통해 수사에 나선 경찰은 편취금 세탁에 가담한 허위 상품권 업체의 법인 계좌 4개를 들여다보고 총 420억 원 가량의 자금 흐름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돈이 투자 전문가 사칭으로 올린 범죄 수익 외 다양한 방식으로 사기 행각을 일삼으며 얻은 수익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경찰은 계좌를 통해 확인된 420억 중 검거 과정에서 압수된 현금 22억 원은 이미 세탁이 완료된 상태로 해외 송금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고있다. 함께 압수한 람보르기니 등 차량 4대, 명품시계 등 사치품들은 범죄 수익을 이용해 구매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허위 상품권 업체 일당은 범행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상품권 업체와 공모, 허위 상품권 매입·매도 영수증을 작성하기도 했다. 상품권 업체 방문 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촬영해 정상적인 절차를 가장하는 등 철두철미하게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도균 서울성동경찰서 수사2과장은 “SNS에서 ‘유명 투자자’라고 접근해 투자를 유도하거나, 재택 아르바이트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는 경우 사기가 아닌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를 확인하는 한편 해외에 체류 중인 공범에 대한 추적도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