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로봇 업체 유니트리(Unitree)가 최근 자신들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H1’이 초속 3.3m로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발표대로라면 H1은 미국 로봇사인 어질리티로보틱스가 만든 이족 보행 로봇 ‘캐시’가 2022년 세운 신기록(초속 4m)을 깨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휴머노이드 자리에 오른다. 유니트리는 지난해 8월 H1이 물체가 든 바구니를 들어 탁자로 옮기고 좁은 계단에서도 방향을 바꿔 오르내리는 등 자유자재로 동작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중국은 기술 측면에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 여전히 뒤처진 추격자다. 그러나 압도적인 물량 공세를 바탕으로 점차 양질 전환에 조금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 중국은 다른 국가들이 따라오기 힘든 격차를 벌렸다. 2022년 기준 중국의 연간 로봇 설치 대수는 29만 대로 일본(5만 대)과 미국(3만 9000대), 한국(3만 1000대) 등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미국 싱크탱크인 정보통신혁신재단(ITIF)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의 52%가 중국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국 제조업 현장의 로봇 활용률은 미국보다 12배 높다. 로버트 앳킨슨 ITIF 회장은 “중국은 중앙과 지방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로봇 등 자동화 기술 도입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로봇의 양적 팽창에 이어 기술 고도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외국산에 밀렸던 중국산 로봇의 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 43.7%를 기록해 8%에 그쳤던 2015년 대비 5배 넘게 급증한 것이 한 사례다. 한국기계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지능형 로봇 기술 수준은 미국을 100%로 상정했을 때 81.6%로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지만 85.6%를 나타낸 한국과의 격차를 점차 좁혀가고 있다.
중국 로봇의 기술력 성장은 특허 건수에서도 나타난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에서 출원된 로봇 특허 가운데 35%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의 로봇 특허 90% 이상이 대학에서 출원된 반면 미국의 로봇 특허에서 미국 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8%에 그쳤다. 그만큼 중국에서 로봇이 연구의 주제로 주목받고 있다는 의미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는 최근 가장 많이 인용된 로봇공학 연구 논문의 경우 중국이 27.9%로 미국(24.6%)을 이미 앞섰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로봇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중국 로봇은 여전히 ‘카피캣’에 불과하지만 혁신성을 보이는 중국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기술력 제고에도 국가적인 지원을 대거 쏟아붓는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내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생산하고 202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로봇 굴기를 목표로 한 중국의 행보가 매섭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로봇 산업화에서도 중국이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