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선에서 87%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30년 집권을 확정짓자 서방은 민주주의에서 가능한 수치가 아니라며 일제히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따.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개표가 99.76% 진행된 상태에서 푸틴 대통령이 87.29%의 득표율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소련 붕괴 후 러시아 대선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꾸준히 지지율 관리를 해오긴 했지만 90%에 육박하는 득표율은 쉽게 나올 수 있는 기록이 아니다. 이때문에 서방은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는 앞선 대선에서는 2000년 52.9%, 2004년 71.31%, 2012년 63.6%, 2018년 76.69%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의 득표율은 심지어 90%를 넘나든다.
러시아가 '새 영토'로 부르는 우크라이나 동·남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에서 푸틴 대통령의 득표율은 각각 95.23%, 94.12%, 92.83%, 88.12%로 집계됐다.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93.60%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미국, 영국, 독일 등은 푸틴 대통령 정적들의 투옥과 주민 검열로 투표가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거나 평가절하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18일 "러시아에서 있었던 선거는 진짜 선거가 아니었다"며 "푸틴은 선택할 수 없는 선거를 통해 다시 선출됐다"고 비판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대선을 '조작 선거', '선거 사기'로 규정하며 러시아 공공 부문 근로자, 학생, 국영 기업 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투표해야 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투표율을 점검했고 당국 공무원은 각자 투표를 마친 후 보고해야 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일부 지역에선 공무원이 친척들을 데려와야 했는가 하면 그 위치 정보는 특별 설계된 앱을 통해 감독자와 공유됐다고 한다.
앞서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에 최초 도입된 온라인 투표가 투표율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조작도 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WP는 또 공무원과 국영 기업 직원이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투표한 '인증샷'을 보여줄 것을 명령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선거 기간 점령지에서 진행된 사전투표에서는 선거 요원들이 총을 든 군인과 함께 '투명한' 투표함을 들고 가정집을 방문, 투표를 지켜보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서방 언론 등을 중심으로 강제 공개투표 논란이 제기됐다.
기표한 투표용지를 접지도 않고 투명 투표함에 넣는 군인의 모습도 전해져 부정 선거 논란에 힘을 실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군사작전 지역에 있는 러시아군 장병의 99.27%가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이같은 서방의 공세를 일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87% 득표율이 정확하냐는 외신 기자 질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모든 것이 투명하다"며 "선거 시스템은 투명하고 참관인도 원한다면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지지는 불법 선거에 대한 추측이 근거 없다는 최고의 증거"라며 "집권 24년 만에 87% 지지를 받은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러시아 대선은 득표율뿐 아니라 투표율도 신기록을 세웠다. 엘라 팜필로바 중앙선관위원장은 이번 대선 투표율이 77.44%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높은 투표율은 국가가 겪고 있는 극도로 긴장감 있는 사건과 관련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