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지정석 동반 입장 구합니다. 정말 필요하니까 꼭 연락해 주세요”
19일 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이같은 게시물이 올라왔다. 오는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진행되는 ‘2024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입장 티켓을 구매한다는 내용이다. 구매 의향 가격은 내야지정석 중 가장 비싼 좌석(50만 원)보다 두 배 높은 100만 원이었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MLB 서울시리즈는 암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오는 20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되는 미국 야구팀 LA다저스 경기의 암표는 더 비싸게 팔리고 있었다. LA다저스의 유명 일본인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를 보기 위해서다. 가장 비싼 좌석의 가격은 70만 원이지만 이날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100만 원이 넘는 암표가 수두룩했다. LA다저스 선수들을 가까이 볼 수 있는 1루 테이블석은 220만 원에 판매 중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프로 스포츠 경기 암표 판매 의심 사례는 3만 6823건으로 전년(1만 8422건)보다 두 배 늘었다. 같은 해 대중예술 분야 온라인 암표 신고 건수(4224건)도 전년보다 438% 증가했다. 티켓 구매의 기회를 박탈하고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암표는 공연·스포츠계의 ‘암’으로 불린다.
암표를 막기 위해 공연·스포츠 업계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가수 장범준은 지난달 열린 콘서트의 암표가 들끓자 티켓을 전부 취소하고 대체불가토큰(NFT)으로 재발행했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NFT 특성상 당연히 양도와 암표 거래는 불가능했다. 가수 싸이도 지난해 개최한 콘서트 ‘흠뻑쇼’에 NFT 티켓 선예매 제도를 도입했다. 지난 2022년 인천 송도에서 열린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선 NFT 티켓이 완판됐다. 팬들이 편리하게 티켓을 소지할 수 있고, 굿즈 교환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티켓 예매·발행사에게 NFT는 아직 낯설다. 새롭게 떠오른 기술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다. NHN링크 관계자는 “(NFT 티켓은) 당장은 많이 이용되지 않지만, 앞으로 현재 (실물) 티켓의 편리함보다 암표 방지 등의 필요성이 더 커지면 (NFT 티켓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티켓 관계자도 “바로 (NFT 티켓을) 적용하기엔 보완할 부분이 있어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NFT 시장이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많이 위축됐지만, 위변조가 불가능한 장점은 이미 기술적으로 입증됐다. 음악, 예술품, 스포츠 등 적용될 분야도 무궁무진하다. 훼손·분실 우려로 NFT 티켓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신중함도 필요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빠르게 기술에 적응해 더 나은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