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시장이 상장지수펀드(ETF)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 속에서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는 펀드 매니저 수가 4년간 3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ETF 본부장급 인사의 연쇄 이동이 일어나고 저연차 운용역의 이직도 빈번하다. 자산 운용사 간 인력 유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국내 펀드 매니저는 총 871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1월 688명 대비 27% 증가한 수준이다. 600명대에 그쳤던 펀드 매니저 수는 2021년 700명을 돌파해 743명까지 불어난 뒤 2023년 초에는 805명까지 불어났다. 이후 1년 만에 또 8%가량 늘어난 것이다.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매니저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 매니저는 2020년 45명에서 현재 77명으로 70% 이상 급증했다. 삼성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42명에서 54명으로 늘었다. 이 밖에 KB자산운용(64→75명), 신한자산운용(38→53명), 한국투자신탁운용(32→42명) 등도 추세는 엇비슷했다. 국내 펀드 매니저 수의 증가세는 ETF 시장의 성장과 무관치 않다. 공모펀드는 성장이 정체된 반면 ETF의 순자산은 지난해 100조 원을 돌파해 최근 130조 원까지 규모가 커져 운용역들의 수요도 덩달아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운용역 수가 600명대에 머물던 2020년에는 국내에 상장된 ETF는 총 450개, 순자산은 52조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달 15일 기준 844개, 135조 원까지 시장이 성장했다. 한 자산운용 업계 관계자는 “국내 ETF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큰 성장세를 보이면서 운용역의 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21년 연기금투자풀 주간운용사로 새로 선정하면서 운용사 중 압도적으로 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자산운용사들은 ETF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인력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KB자산운용은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을 영입했다. 아울러 금정섭 KB자산운용 ETF마케팅본부장은 한화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기고 노아름 키움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KB자산운용에 합류하기로 했다. 삼성·미래에셋자산운용뿐 아니라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ETF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본부장급 인사 영입에 나선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자산운용사들의 ETF 운용역 유치 경쟁이 저연차까지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운용역이 삼성자산운용으로 이직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해당 운용역은 1992년생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3년 반가량 TIGER ETF를 운용해왔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2002년부터 2020년까지는 삼성과 미래에셋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중소형사들까지 시장에 진출하면서 인력 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ETF를 운용하거나 접해본 40대 이상 운용역의 수가 적어 인력 경쟁이 가열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