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삶의 무게에 지친 한국인들, ‘이것’ 키우며 위로받는다…외신도 주목

“돌들은 변하지 않으며, 이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캡처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캡처




“Just be a rock.”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돌로 변한 주인공이 속삭이는 말이다. 눈알 달린 돌들이 “여기선 걱정 안 해도 돼” “그저 돌이 되는 거야”라는 이야기를 나누는 이 장면은 많이 회자되는 명장면 중 하나다.

언제 어디서나 변치 않는 돌의 올곧은 이미지 덕분일까. 과로에 지친 한국인들이 안식을 얻기 위해 돌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반려돌’이다.

그룹 TXT 멤버 휴닝카이가 공개한 반려돌. 위버스 캡처그룹 TXT 멤버 휴닝카이가 공개한 반려돌. 위버스 캡처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한국에서 작은 돌을 반려동물처럼 키우는 반려돌이 유행하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과로한 한국인들이 ‘펫락’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한국의 반려돌 유행에 주목했다.

기사는 반려돌이 앞서 한국에서 유행한 ‘가상 장례식 체험’이나 ‘멍때리기 대회’처럼 바쁜 한국인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찾은 또 하나의 ‘특이한’ 방법이라고 봤다.



WSJ는 한국인들이 “산업화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견디고 있다”면서 이들이 고요함을 찾아 돌을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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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반려돌을 분양 받아 이름을 지어주고, 눈·코·입·옷 등을 손수 그려주기도 한다. 안락한 집을 지어주기도 하며 ‘물심양면’으로 돌을 돌본다. 반려돌 주인끼리 서로를 ‘석주(石主)’라고 칭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반려돌’ 검색 결과 1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인스타그램 해시태그 ‘반려돌’ 검색 결과 1000개가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인스타그램 캡처


서울에서 혼자 살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친구가 준 반려돌을 키우고 있다는 30세 이모씨는 WSJ에 “종종 직장에서의 힘든 일을 내 돌에 털어놓곤 한다”며 “물론 무생물인 돌이 내 말을 이해할 순 없겠지만, 마치 반려견에게 말하는 것처럼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반려돌 인기가 본격적으로 높아진 것은 2021년께로, 당시 세븐틴·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인기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자신이 기르는 반려돌을 직접 공개하며 더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반려돌을 취급하는 한 국내 업체의 대표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에 반려돌 주문이 150∼200개 들어오며, 최근에는 기본적인 회색 돌 외에 분홍색 장미석영(로즈쿼츠) 등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돌을 반려동물처럼 키운다는 개념이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1975년대 후반 미국에서도 한 광고회사 중진이 작은 돌을 상자에 담아 선물처럼 판매하는 ‘펫락’(Pet Rock)을 선보여 유행시켰다.

다만 당시 미국에서는 펫락이 선물 받는 사람을 놀리려는 일종의 장난처럼 유행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고요함과 정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고려대 한국학 연구소의 김진국 교수는 WSJ에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자연물을 닮은 장식용 돌 ‘수석’이 수 세기 동안 사랑받아왔다며 “돌들은 변하지 않으며, 이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김수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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