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번호이동 가입자에 최대 50만 원의 추가 할인혜택을 줄 수 있는 전환지원금 제도가 시행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통신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환지원금을 올리라는 정부 압박은 거세지지만 이를 따랐다가는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의 전환지원금은 전날 기준 3만~13만 원에 그친다. 그나마도 출고가 115만 5000원짜리 갤럭시S24는 KT만 월 9만 원 이상의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에 한해 5만~8만 원이 지원된다. 방통위는 14일 전환지원금 제도를 시행하면서 공시지원금 최고 50만 원과 전환지원금 최고 50만원, 추가지원금 15만 원을 더해 총 115만 원까지 할인 가능하다는 계산을 통해 갤럭시S24의 구입 부담도 거의 없어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현재 실제 지원금 규모는 기대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에 방통위는 18일에 이어 22일에도 통신 3사 및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불러 전환지원금 상향 논의를 가질 예정이다. 특히 국내에서 선호도가 높은 갤럭시S24도 지원 대상에 포함할 것을 요청 중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 같은 지원에 동참할 것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24를 포함한 전환지원금 상향 여부를 두고 통신업계는 말을 아끼고 있다. 5G 가입자 성장세가 멈춘 상황에서 갤럭시S24 실구매가를 낮추려면 그만큼 마케팅비를 늘리고 수익성 감소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갤럭시S24만이 아니라 그보다 싼 단말기들도 가격 차별화를 유지하기 위해 연쇄적으로 실구매가를 하향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업체 입장에선 꺼릴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비싼 플래그십(주력제품)부터 가격을 낮추면 결국 도미노처럼 하위 모델들도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프로모션 성격으로 한시적으로 지원금을 올리는 건 가능할지 몰라도 이를 길게 유지한다는 건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신 스마트폰은 갤럭시S24부터 30만 원대 갤럭시A 시리즈까지 10만~30만 원의 출고가 간격을 두고 시중에 나와있다. 2년 약정 조건으로 공시지원금 50만 원을 받은 사람이 1년 만에 가입을 해지하면 20만 원대 위약금이 나오는데, 타 통신사로 번호이동해 갤럭시S24 전환지원금 40만~50만 원을 받으면 위약금을 갚고도 20만 원대의 기기값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전체 가입자의 절반이 해당하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의 경우 위약금이 몇 만원 수준이라서 전환지원금 30만 원만으로도 비슷한 할인을 받는다. 위약금과 요금제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상 상위 모델에 30만 원 이상의 전환지원금을 책정하면 하위 모델은 유명무실해지며, 통신사와 제조사는 하위 모델 판매를 포기하거나 상위 모델을 따라 실구매가를 낮춰야 한다.
현재 통신 3사 모두 ‘공짜폰’ 수준으로 전환지원금을 책정한 단말기는 최저가폰인 갤럭시A15뿐이다. 정부의 계속되는 압박에 지원 규모와 대상이 소폭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지지만 3사가 서로 출혈경쟁을 벌일 정도의 획기적인 지원금 인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론적으로 현재 입자당매출(ARPU)을 보면 (수치가 낮아서) 통신사들이 (정책에) 반응하기 어렵다”며 “다만 ARPU 획득을 위해 고가요금제에서 부분적인 경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