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1회 56억원’…희귀유전병약 렌멜디 ‘가장 비싼 약’

오차드테라퓨틱스의 희귀 유전질환 신약 美FDA 허가

영아 '사지마비' 일으키는 MLD에 혁신적 치료 효과

"너무 비싼 가격 보건시스템 및 환자 고통 초래"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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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은 ‘이염성 백질이영양증(MLD)’ 유전자치료제 ‘렌멜디(Lenmeldy)’의 미국 내 도매 판매 가격이 425만 달러(약 56억 4,740만 원)로 책정돼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으로 등극할 전망이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FDA는 최근 영국 유전자치료제 개발 기업인 오차드테라퓨틱스가 개발한 MLD 치료제인 렌멜디의 사용과 시판을 허가했다. 오차드테라퓨틱스는 이 질병에 대한 다른 치료법이 없기에 이 같은 높은 가격이 “임상적,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며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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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L는 유전자 22번 염색체에서 만드는 효소가 감소해 중추 및 말초신경계에 손상을 주는 유전자 대사 질환이다. 가장 심각한 형태의 MLD는 1~2세경에 시작하는 영아 후기형으로, 발병할 경우 영아는 걷고 말하는 능력을 잃기 시작해 결국 모든 운동 기능을 잃고 식물인간 상태까지 악화돼 24시간 집중 치료가 필요하게 된다. FDA는 이 질환이 미국에서 4만 명당 한 명 꼴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렌멜디는 환자 자신의 조혈(혈액) 줄기세포로 만드는 1회용 단일 용량 주사제이다. 환자로부터 줄기세포를 채취한 후 유전자를 수정하고, 변형된 줄기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이다. 오차드테라퓨틱스는 37명의 초기 발병 MLD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렌멜디로 치료받지 않은 환자는 58%만 6세까지 생존했지만 치료를 받은 환자군은 전원 생존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치료받은 아동의 71%는 5세가 됐을 때 도움 없이 혼자 걸을 수 있었다. 오차드의 최고경영자(CEO)인 바비 가스파르는 “이 약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아이들을 위한 치료법이 없었고, 계속되는 신체의 쇠퇴를 막을 방법도 없었다”며 “패러다임을 바꾼 의약품”이라고 자사의 약을 평가했다.

다만 혁신적인 치료 효과에도 너무 비싼 가격은 논쟁을 부르는 중이다. 앞서 가장 비싼 유전자 치료제로는 유니큐어의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350만 달러)와 블루버드사의 지중해빈혈 치료제 진테글로(280만 달러)가 있었다. 오차드의 MLD 치료제는 2020년 유럽에서 리브멜디(Libmeldy)라는 이름으로 시판 허가를 받으며 최대 390만 달러의 정가가 책정됐지만 국가 보건시스템이 가격 협상을 진행해 독일에서는 240만 유로(34억 8700만원)로 조정이 됐다. FT는 미국 비영리기관인 임상경제성평가연구소(ICER)의 지난해 검토를 인용해 “렌멜디의 가격이 230만~390만 달러 사이가 될 경우 비용 효율적”이라고 논평했다. 가스파르 CEO는 “(425만 달러는) 우리 약의 정가이며 우리는 지불자와 논의를 할 것이고 할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차드테라퓨틱스는 2023년 일본 제약사 교와기린에 약 707억엔(6415억원)에 인수된 바 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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