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이상하다는 건 제가 굳이 말을 얹지 않아도 다들 동의하지 않을까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월 7일 출근길에서 “용혜인 의원이 민주당의 비례 위성정당을 통해 비례대표 재선에 나섰는데 이에 대한 국민의힘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하지만 열흘 가량 지나 국민의힘에서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로 당적을 바꾼 김예지 의원도 비례 재선에 나서게 됐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 재조정에도 당선권 순번을 유지했다. 이같은 상황에 한 위원장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21일 국민의미래는 전날 비례대표 순번을 재조정해 발표했다. 호남과 당직자 출신 인사를 홀대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김예지 의원은 지난 18일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첫 명단 발표 때도 당선 안정권인 15번을 받았는데 이날 발표에서도 15번을 유지했다. 김 의원은 4년 전에는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11번을 받아 21대 국회에 입성한 바 있다.
김 의원이 두 번 연속 비례 공천을 받은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잡음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동훈 지도부에서 비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이 갈등을 더 키우는 모습이다. ‘친윤석열(친윤)계 핵심' 이철규 인재영입위원장은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공천 과정이 한 위원장 책임 하에 진행돼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한 위원장도 비대위원은 적어도 비례대표로 가면 안 된다는 말을 저한테 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이 김예지·한지아 비대위원을 비례대표로 공천한 게 '약속 위반'이란 것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18일 국민의미래가 첫 비례대표 후보를 발표했을 때도 “비례대표를 연속으로 두 번 배려하지 않는다는 당의 오랜 관례는 깨졌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 장동혁 사무총장은 지난 19일 "충분히 국민들께서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김 의원을 공천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김 의원에 대해 "용혜인 의원처럼 '셀프 공천'도 아니다"라며 "저희는 비례 1번에 장애인을 배려했고, 김 의원에 대해서는 다른 장애인을 추천할 몫으로 김 의원을 추천한 게 아니라 그분의 의정 활동이나 그간 여러 활동을 보면서 연속선상에서 한 번 더 국회의원으로서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시 공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일 용 의원이 비례 재선에 나설 때 논평을 내지 않았는데 일찍이 김 의원의 비례 재선도 염두에 뒀기 때문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당시 제3지대 신당들은 당일에 강하게 비판했다. 개혁신당은 “용 의원은 4년 전에 이어 또다시 민주당에 기생해 의석을 약탈하게 됐다. 가히 여의도 기생충이라 불러도 손색없다”고 지적했다. 새로운미래는 “비례대표 2대 세습이 웬 말이냐”며 “배지 한 번 더 달아 보겠다는 정치인의 세금 도둑질, 유권자 기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