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나왔던 프로필 NFT(PFP NFT) 프로젝트들이 지식재산권(IP) 분야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티켓, 멤버십 등 NFT 사용처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비교적 초기에 나온 PFP NFT는 기술 혁신을 이루기보다 웹2 비즈니스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지난 18일 서울 성동구의 수제 햄버거 식당인 ‘보어드앤헝그리’를 방문했다. BAYC 캐릭터로 도배된 화려한 외벽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입구 옆에는 큼지막한 BAYC 캐릭터가 반기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자 ‘최초 NFT 식당’ 이라는 배너가 눈에 띄었다. 그러나 NFT와의 접점은 이뿐이었다. 일반 식당과 다르지 않았다. 식당에 방문한 고객들도 ‘성수동 햄버거 맛집’을 찾은 눈치였다. 보어드앤헝그리는 BAYC NFT 보유자가 이를 활용해 만든 F&B 브랜드다. 미국(1개)과 필리핀(3개)에 지점이 있고 최근 국내 지점을 열었다. 보어드앤헝그리 관계자는 “두바이 등 다른 국가로도 지점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BAYC 발행사 유가랩스는 NFT 홀더가 자유롭게 IP를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으로 등장 당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홀더가 자발적으로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IP 가치를 높이도록 문을 열어준 셈이다. 스눕독과 에미넴은 지난 2022년 뮤직비디오에 BAYC 캐릭터를 출연시키기도 했다. 보어드앤헝그리도 이러한 비전이 반영된 F&B 브랜드다. 보어드앤헝그리 관계자는 “브랜드에서 나오는 수익을 유가랩스에 배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정한 탈중앙화가 이뤄진 셈이다. 그는 “전세계에 네트워크가 탄탄한 유가랩스에서 매장 홍보를 해줘 도움이 됐다”면서 “NFT를 IP 사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보적 캐릭터로 사업을 전개한다는 점이 IP 사업과 유사하다는 뜻이다.
실제 유가랩스뿐 아니라 퍼지펭귄, 두들스 등 블루칩 NFT로 꼽히던 프로젝트도 IP 사업을 강화한 지 오래다. 퍼지펭귄은 월마트에서 IP를 활용한 캐릭터 장난감을 판매하고 있다. 두들스는 처음부터 IP와 엔터테인먼트 쪽을 겨냥해 탄생한 프로젝트다. 신영선 헬로 웹3 대표는 “기존 초기 NFT 컬렉션은 처음부터 IP성격이 강했기에 자연스럽게 IP브랜드로 방향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에 유동화가 쉬운 NFT 프로토콜 ERC-404 등이 나왔지만 초기 프로젝트를 이들과 동일선상에 두기는 어렵다고 그는 부연했다. 초기 PFP NFT는 1만 개 등으로 발행량이 한정돼 있다는 점이 이미 IP를 노린 프로젝트라는 뜻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NFT 프로젝트의 영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블룸버그는 “회사(유가랩스)가 과거 명성을 되찾지 못하더라도 지루한원숭이들은 식료품점에서 살아남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유가랩스가 메타버스 플랫폼 아더사이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지루한원숭이 생태계에서 여전히 돈을 버는 사람은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BAYC IP를 활용한 ‘에이프 워터’ 판매사 에이프 베버리지는 지난 달 230만 달러(약 30억 원) 규모 투자금을 유치했다. 보어드앤헝그리도 이러한 사례에 해당되는 셈이다.
PFP NFT 프로젝트는 IP 사업 등 기존 웹2 비즈니스로 방향을 잡았지만 그럼에도 NFT는 더욱 다각도에서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 대표는 “NFT를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과정에서 확실한 사용사례가 살아남고 확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FT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에서 보편적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디지털 아트는 소유권 증명이라는 측면에서 NFT의 사용성이 입증됐다”면서 “NFT는 앞으로 개별성을 지닌 토큰이라는 측면에서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