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통킹만





1964년 8월 2일 통킹만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던 미국 구축함 매독스호가 북베트남의 어뢰정 3척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미 구축함은 즉각 대응해 북베트남 어뢰정 1척을 격침하고 2척을 파손시켰다. 베트남 전쟁의 전환점이 된 ‘통킹만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양측 간 교전으로 북베트남 해군에서는 10여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하지만 매독스호의 손상은 경미했고 미 해군의 부상자도 없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하원은 대통령에게 무력 행사 권한을 부여하는 통킹만 결의를 통과시켰다. 이후 미국은 본격적으로 베트남 전쟁에 개입했다.



통킹만은 베트남의 북부 해안과 중국의 남해안, 레이저우 반도, 하이난섬 등으로 둘러싸인 만이다. 이 만의 길이는 남북으로 480㎞, 동서로는 20㎞에 달하며 수심은 60m로 얕은 편이다. 통킹만은 중국의 베이하이, 베트남의 하이퐁 등 큰 항구 도시가 자리잡고 있는 해상 교통의 요충지다. 통킹이라는 명칭은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의 옛 이름인 ‘동킨(東京)’에서 유래됐다. 현재 통킹만은 베트남에서 박보만, 중국에서 베이부만으로 각각 불리는데 모두 ‘북쪽 지역에 있는 만’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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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이 통킹만에 기존 영해를 대폭 확장한 새로운 영해 기준선을 설정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통킹만에 새 영해 기점 7개를 설정하고 이 지점들을 이은 직선을 영해 기준선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지금까지는 통킹만에 접한 중국 본토와 하이난섬 해안의 저조선(썰물 때의 해안선)을 따라 기선을 정했는데 앞으로는 통킹만 해상에 설정한 새 기점을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국이 새로 정한 영해 기점 가운데 한 곳은 기존 해안선에서 최대 24해리나 떨어져 있다. 중국이 영해 기준선 변경을 통해 해상 영토 확장을 노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베트남 정부는 “주변국의 권리와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남중국해 등에서 베트남·필리핀·대만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노골화하는 중국의 영토 확장 야욕이 한반도까지 미칠 가능성에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때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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