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제조 중소기업 투자 줄이자…수출 동력 꺼진 산업단지

산업단지 전체 수출액 5.6% 감소

일반산업단지 7.6%→-9.2% 전환


한국 경제 성장의 근간인 산업단지의 지난 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5% 넘게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중소·중견 기업이 밀집한 일반산업단지의 수출 감소가 더 두드러졌다. 고금리·고유가·고물가 등 이른바 ‘3고’ 충격을 중소·중견기업이 더 크게 받은 탓이다. 게다가 이들은 경영 여건 악화 탓에 투자·연구 등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반산단의 눈에 띄는 수출 반등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산업단지 1306곳에 입주한 기업의 2023년 총 수출액은 4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5.6% 감소한 수치다.



특히 중견·중소기업이 밀집한 일반산업단지의 수출액 감소가 두드러졌다. 일반산업단지의 수출액은 2022년 1955억 원에서 2023년 1775억 원으로 9.2% 감소했다. 전년도에 7.6%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정반대의 결과를 보인 것이다. 정부가 지정·관리하는 국가산업단지의 수출액 역시 2022년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2369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3% 줄어든 2298억 원으로 집계됐다.

박철우 한국공학대학교 교수는 “일반산업단지의 수출 기여도가 떨어진 것은 중소기업의 경영난과 관련이 깊다”면서 “특히 전통 제조업으로 분류되는 업종의 중견·중소기업들은 수출 확대를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기업부설연구소를 통폐합시키는 등 보수적 행보를 보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수출동향에 따르면 중소기업 10대 수출 품목 중 플라스틱제품(-4.8%)를 비롯해 반도체제조용장비(-9.2%), 합성수지(-15.3), 반도체(-9.3%) 등은 전년보다 수출액이 크게 줄었다. 다만 수출액 1위인 화장품은 54억 달러로 전년보다 20.2% 늘었고 자동차 업종도 49억 달러로 57.4%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한 10대 국가의 수출 동향을 보면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2023년 수출액은 192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5% 줄어든 수치다. 5대 수출 국가인 베트남(-5.7%), 일본(-6.8%), 인도(-2.0%)를 비롯해 홍콩(-4.2%), 대만(-20.6%), 인도네시아(-6.0%) 등에서도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미국은 171억 달러로 전년보다 5.2% 늘었고, 러시아(14.7%), 멕시코(5.9%) 등에서도 증가 흐름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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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업계에서는 올해 역시 눈에 띄는 수출액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중소기업 관련 각종 경기 지표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기동행종합지수는 생산 및 출하 하락 등으로 올해 1월까지 여섯 달 연속 하락세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1~6월 이후 가장 긴 내림세에 해당한다. 중소기업 경기 상황을 알 수 있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1월 이후 0.25포인트 떨어진 99.44(2015년 100 기준)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11개월 만에 100 아래로 떨어졌는데, 올해 들어 경기가 더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중기업계 고위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 실적이 회복하고 있지만, 중견·중소기업 전반적으로 온기가 퍼지려면 시간이 한참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부담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한 저금리 금융 상품 개발 등 각종 지원책 도입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 중소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 수출 중소기업 전망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53.7%·복수응답)’이 올해 가장 큰 수출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수요 감소(50.3%), 환율 변동(29.3%), 제품의 품질·가격경쟁력 감소(15%) 등도 위협요소로 분류됐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슈퍼 을’로 불릴 수 있는 혁신적인 중소기업이 여전히 탄생하지 않은 것이 우리의 현주소”라며 “반도체 산업 재편과 EU의 기후 정책 변화 등 글로벌 밸류 채인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는 게 근본적인 문제인 만큼, 대기업과 동반 진출 등 발상의 전환도 고민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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