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정유시설에 대한 공습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의 석유 시설이 타격을 입으면 세계 유가가 불안정해질 수 있는 데다 보복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게 미국의 우려로 보인다.
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최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 고위 관리들에게 이런 내용으로 반복적으로 경고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6일 러시아 사마라 지역의 정유공장 2곳을 공격했고 지난 13일에는 모스크바 남동쪽 랴잔의 정유소를 파괴했다. 2022년 이후 러시아 주요 정유 시설에 대해 최소 12차례 공격이 있었고 올해만 최소 9차례 공격이 있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러시아 서부의 석유 관련 시설을 대담하게 공격하는 것에 대해 “백악관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시점에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으로 국제유가가 불안정해지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래피단에너지의 사장이자 전 백악관 에너지 고문이었던 밥 맥날리는 “선거 기간 동안 가격이 급등하는 것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을 두렵게 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석유 시설에 집중 피해를 입을 경우 서방이 의존하는 에너지 시설을 맹렬하게 보복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미국 측은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우려 시설에는 러시아에서 카자흐스탄을 거쳐 세계 시장으로 전달되는 CPC(카스피 파이프라인 컨소시엄) 송유관 등이 포함된다. 엑손모빌과 셰브론 등 서방 석유기업이 사용하는 이 송유관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직후 일시적으로 폐쇄된 바 있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FT에 “우리는 러시아 내부 공격을 장려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CIA는 논평을 거부했다고 FT는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과 정보총국은 논평에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