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규모 할인 지원에 사과와 배 소매가격이 10% 이상 떨어졌지만 지금과 같은 가격 개입이 장기간 지속하면 시장 왜곡 같은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간섭 대신 기후변화에 따른 생산 변화와 과일 수입 같은 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2일 기준 후지 사과 10개의 소매가격은 2만 4250원으로 일주일 전에 비해 11.6% 하락했다. 신고배 10개의 소매가격 역시 같은 기간 4만 5381원에서 3만 9312원으로 13.4% 떨어졌다. 정부가 1500억 원 규모의 긴급 가격안정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성과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날도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찾아 가격 안정을 당부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은 가격이 너무 높아 소비자 부담을 낮춰야 하지만 정부 지원이 계속되면 시장 기능이 왜곡돼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도매가격은 사과와 배 모두 상승했다. 후지 사과 10㎏의 도매가격은 22일 9만 1780원으로 일주일 만에 1.0% 상승했다. 신고배의 15㎏ 도매가격은 15일 10만 1200원에서 22일 10만 8600원으로 7.3% 올랐다. 사과와 배 모두 1년 전 가격보다 2배 이상 높다.
기름값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셋째 주(17~21일) 전국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638.05원으로 3월 둘째 주(1639.16원)보다 1.11원 떨어졌다. 주간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한 것은 8주 만이다.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서울 만남의광장 주유소를 방문해 가격 안정화에 동참해달라고 업계를 압박했다. 사실상의 가격 개입이다. 전직 정부 관계자는 “시장의 원칙을 지키면서 공급을 확대할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