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2022년 이후 지난해까지 2년간 투자를 위해 조달한 자금은 근 10조 원에 이른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투자에 활용할 실탄 마련에 일정 부분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SK온의 총 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당장 SK온은 현재 미국에서 포드와 합작해 세 곳에서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차와의 조인트벤처를 통해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24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미국 공장을 포함해, 서산, 헝가리3공장, 중국 등 2027년까지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금 규모는 약 19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번에 신한은행 대출과 신디케이트론으로 1조5000억 원 가량의 자금을 유치했지만 필요 자금(19조 원)과 견주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SK온이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등 자금 조달에 두 팔을 걷어 붙이고 있음에도 주춤한 전기차 시장 성장세 등을 감안하면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하나둘이 아닌 게 현실이다. 회사는 연초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말 배터리 수주 잔액이 1년 전 대비 약 110조 원 증가한 400조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런 주문 확대에도 불구하고 흑자 전환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를 낳는 대목이다. SK온은 지난해 역대 최대인 12조9872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 손실도 5818억 원에 달했다.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분할 설립한 이후 아직 흑자를 낸 분기는 없다.
특히 후발주자로서 빠른 성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인 점도 SK온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현재 SK온의 보유현금은 3조6000억 원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90.0%에 달한다. 다른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83.1%), 삼성SDI(71.0%)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다. 국제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 둔화와 대규모 설비투자(CAPEX) 부담 등을 이유로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 부적격 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SK온이 하반기부터 수익성 개선을 통해 흑자전환을 자신하는 것과 달리 S&P글로벌은 내년까지도 적자가 지속된다고 전망했다.
배터리 사업성에 대한 기대가 예전만 못한 점도 걱정거리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최근 2032년까지 미국 신차 가운데 전기차 비중을 56%로 높이는 규정을 제시했다. 이는 당초 2030년 판매 차의 약 66%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초안보다 후퇴한 것이다. 미국 대선 정국에서 전기차 속도조절론이 부각된 결과다. 위경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비중이 축소된 미국 정책 영향으로 회복 속도가 느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투자 계획도 수정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테슬라는 3년 뒤인 2027년 판매량을 당초 4808대에서 3258대로 30% 이상 낮췄다. 이로 인해 SK그룹 내부에서도 과감한 설비 투자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기업 상장시 기업 가치 등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SK온으로서는 현재로선 외부 조달을 통해 투자금을 마련해야 할 형편이다. 전기차 업황을 두루 감안할 때 턴어라운드 시기를 앞당기기도 여의치 않다. SK그룹의 경우 지난해 SK스퀘어가 11번가 콜옵션을 포기한 전력도 투자 유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SK온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으로부터 2조7000억 원에 달하는 지분 투자를 받았다. 특히 MBK컨소시엄에 글로벌 투자사인 블랙록과 힐하우스캐피탈, 중동계 큰손인 카타르투자청 등이 합류하면서 SK온에 대한 해외 기관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온이) 외부 지분 투자를 유치하면서 2026년까지 기업공개(IPO)를 약속하고 콜앤드래그(대주주 측 지분까지 묶어서 외부 매각) 옵션까지 제공했다는 점에서 흑자 전환을 최대한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