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위해 노란 볼을 꺼내든 피터 맬너티(37·미국)가 3059일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2승째를 달성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맬너티는 25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하버의 이니스브룩 리조트 코퍼헤드 코스(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발스파 챔피언십(총상금 840만 달러)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2타를 적어낸 맬너티는 캐머런 영(미국·10언더파)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2015년 샌더슨 팜스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후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맬너티는 약 8년 4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상금 151만 2000달러(약 20억 3000만 원)를 챙겼다.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에는 세 차례밖에 출전하지 못했던 그는 생애 첫 마스터스 출전권과 함께 올해 시그니처 대회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맬너티는 이날 16번 홀(파4)까지 영과 공동 선두를 달리며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쳤다. 승부는 ‘뱀 구덩이’라고 불리는 막판 3개 홀에서 갈렸다. 특히 16번 홀에서의 행운이 결정적이었다. 맬너티의 세컨드 샷이 그린 주변 깊은 러프에 떨어져 파 세이브를 장담하지 못할 상황에 놓였으나 볼 뒤쪽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스윙에 걸린다는 이유로 구제를 받아 프린지에 벌타 없이 볼을 드롭하고 치는 행운을 누렸다.
룰을 잘 활용해 16번 홀에서 파를 지킨 맬너티는 기세를 올려 17번 홀(파3) 버디로 1타 달아날 수 있었고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영이 보기를 범하면서 편하게 우승을 확정했다. 18번 홀 그린 위에서 챔피언 퍼트를 남기고 눈시울을 붉힌 맬너티는 “지난 9년 동안 다시 우승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었다”며 “힘든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지금 기분이 정말 놀랍다”고 소감을 밝혔다.
맬너티는 PGA 투어에서 몇 되지 않는 유색 볼을 쓰는 선수다. 맬너티는 “지난해 3M 오픈 때부터 썼다. 그때 세 살이던, 지금은 네 살인 아들이 노란 볼을 좋아했다”며 “노란 볼은 아들을 떠올리게 하고 미소 짓게 한다. 내게는 꽤 중요하다”고 노란 볼을 쓰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2타를 줄인 이경훈은 공동 9위(7언더파)를 기록해 이달 초 코그니전트 클래식 공동 4위에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로 톱 10에 이름을 올렸다. 김성현은 공동 61위(2오버파)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