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윈터’를 거쳐 2년 만에 찾아온 불장에 투자자들은 거래소 계정에 잠들어있던 가상자산을 찾아 나서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엔 휴면계정을 활성화하려는 이용자들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는데요. 한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세 급등과 함께 '아이디 찾기' 등 본인인증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수도 크게 늘었다”며 “본인인증 절차를 거친 이용자 대부분은 계정에 보유하고 있던 가상자산을 찾아 매도하거나 다른 거래소로 전송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보유한 가상자산을 찾느라 애를 먹는 일도 허다합니다. 가상자산의 경우 각 거래소마다 거래가 지원되는 종류가 달라 여러 거래소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각 가상자산이 지원되는 네트워크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지갑도 달라지기 때문에 개인 지갑 계정으로 모아 관리하기도 골치 아픕니다. 이 때문에 오랜만에 가상자산 시장에 돌아온 투자자들은 여러 거래소에 보관된 가상자산을 빠짐없이 확인하기 위해 가입한 거래소 계정을 모두 뒤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금융사 앱 등을 통해 지원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상자산 거래소가 연동돼 있다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지만 현재로선 불가능합니다. 금융 당국이 리스크가 큰 가상자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마이데이터 연동을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 정보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전면 시행된 지난 2022년 농협은행, 국민은행 등 금융사가 앞다퉈 가상자산 연동을 시도했지만 모두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세정보와 빗썸 가상자산 보유내역 조회가 가능했지만 금융위 지도사항에 따라 2022년 9월 종료했다”고 밝혔습니다.
비금융사 마이데이터 사업자들도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직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받지 않은 만큼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뱅크샐러드는 2022년 3월 한 달간의 업비트 연동 시범 서비스를 끝으로 가상자산 마이데이터 지원을 중단했습니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 API 연동도 염두에 두고 있긴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자로서 공인된 마이데이터 사업자 API 연동 서비스에 우선 집중하고자 한다”고 전했습니다.
최근까지 4대 거래소의 가상자산 보유내역을 모두 조회할 수 있도록 지원했던 카카오페이도 지난 2월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좀 더 성숙된 시점에 이용자 수요에 맞는 서비스 제공을 검토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서비스 종료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선 조만간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가상자산까지 확대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옵니다. 내년부터 금융뿐 아니라 의료·통신·부동산 등 모든 분야의 개인정보를 결합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마이데이터 제도가 본격 시행되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가상자산 마이데이터 연동을 막을 근거도 없습니다. 박종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금융사 등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가상자산을 다루는 것을 민감하게 보는 정책적 해석이 작용했을 뿐 현행법상 가상자산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불가능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