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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소리' 나는 이배 작품 1시간만에 완판 [아트바젤 2024 홍콩]

'아트바젤 2024 홍콩' 개막 첫날

이배 작품 3점 인도 컬렉터 싹쓸이

이진주·김윤신·양혜규도 시선집중

정체성 보여주는 해외갤러리 메인

한국작가 박영숙·김수자 등 배치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트바젤 2024 홍콩’에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이 글로벌 큰 손 컬렉터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한국 갤러리들은 더 좋은 컬렉터에게 작품을 팔기 위해 판매처를 고르고 있으며, 해외 갤러리들은 한국 작가의 작품을 갤러리 얼굴인 입구에 전시하며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상황이다.

아트바젤 홍콩 현장의 모습. 사진=서지혜 기자아트바젤 홍콩 현장의 모습. 사진=서지혜 기자






‘아트바젤 2024 홍콩’이 26일 홍콩 완차이구 홍콩컨벤션센터에서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막을 올렸다.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지난해 대비 참여 갤러리의 수가 37% 늘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모습을 사실상 회복한 셈이다. 전시를 찾은 관람객의 구성도 다양해졌다. 현장에서 만난 파비안 파코리(Fabien Pacory) 중불(중국-프랑스)상공회의소(CCI France China) 부대표는 “행사 규모와 위상은 2019년과 거의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중국 작품에 관심이 커진 동남아시아 관람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관람객들이 과거에 비해 작품과 작가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덧붙였다.

구매자들은 예전보다 작품에 대한 선별에 까다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작품 구매에 대해서는 적극적이다. ‘숯의 화가’ 이배 작가의 회화 2점과 조각 1점을 출품한 조현화랑은 전시 시작 1시간 만에 작품이 모두 ‘솔드아웃’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각각 9만~12만 달러(한화 1억 원 이상) 안팎의 가격에 인도의 큰 손 컬렉터가 한 번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라리오 갤러리의 40대 여성 작가 이진주의 작품에도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이진주 작가의 작품을 10여 점 이상 출품했는데 모든 작품이 현재 판매를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국제갤러리에서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서는 김윤신의 작품 ‘합이합일 분이분일 2019-24’을 비롯한 4점이 판매됐으며, ’인카운터' 섹션에 설치된 양혜규의 작품 중 일부인 ‘소리 나는 우주 동아줄 – 십이각 금 반듯 엮기’도 새 주인을 찾았다.

조현갤러리에 전시된 이배 작가의 작품 모습. 사진=서지혜 기자조현갤러리에 전시된 이배 작가의 작품 모습. 사진=서지혜 기자



해외 갤러리들이 국내 작가의 작품을 전시장 입구부터 걸어두고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해외 갤러리들은 이우환, 박서보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가들의 작품에 여전히 큰 애정을 보이고 있다. 리슨갤러리는 이우환의 대형 작품을 갤러리에 걸어두고 관람객을 맞았고, 백남준의 ‘베이클라이트 로봇’을 전시한 가고시안갤러리에도 관람객이 붐볐다.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샹탈 클로젤 갤러리는 이번 아트페어의 ‘인카운터’ 중앙을 장식한 양혜규의 작품을 갤러리 외벽에 걸고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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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바젤 홍콩에 부스를 차린 아라리오 갤러리의 이진주 작가 작품의 모습. 사진=서지혜 기자아트바젤 홍콩에 부스를 차린 아라리오 갤러리의 이진주 작가 작품의 모습. 사진=서지혜 기자


한국 관람객들이 많이 몰리는 홍콩의 아트페어에 유럽, 미국 기반의 갤러리가 한국 작품을 선보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일부 해외 갤러리가 카비네트, 디스커버리즈 등 아트바젤의 주요 섹션에 한국 작가를 대표로 내세우는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갤러리뒤몽데(GDM)가 대표적이다. GDM은 전시장 중앙에 도예가 박영숙의 작품을 설치하고 카비네트 섹션에도 출품했다. 카비네트는 각 갤러리가 특정 작가와 주제를 선정해 밀도 있게 해당 작가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벨기에 기반의 악셀 베르보르트(Axel Vervoordt gallery)는 필름 섹션에 미디어 아티스트 김수자를 내세웠다.

GDM에 설치된 박영숙 작가의 작품. 사진=서지혜 기자GDM에 설치된 박영숙 작가의 작품. 사진=서지혜 기자


디스커버리즈, 필름, 인카운터 등의 섹션은 단순히 ‘잘 팔릴 것 같은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다. 예술성을 겸비한 작품을 내세워 해당 갤러리의 가치관과 정체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만큼 작품 선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지리적 특성상 한국 관람객이 많은 행사이기 때문에 한국 유명 작가를 선보인다는 뜻은 아니라는 의미다. 현장에서 만난 GDM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연히 박영숙의 작품을 접하고 크게 매료됐다”며 “그의 강력한 작품에 끌려 홍콩 아트바젤에 함께 가기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또한 “많은 갤러리들은 아트페어에 작품을 출품할 때 다양성을 고민하는데 한국에는 디아스포라, 젠더 등 다양한 담론을 작품화 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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