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인은 새로운 먹거리를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러면서도 대부분 소비자층이 성숙한 중년의 입맛을 갖고 있죠. 한국 파리바게뜨의 표준화된 품질이 제대로 구현만 된다면 이탈리아에서도 분명히 성공을 거둘 겁니다”
마리오 파스쿠찌는 26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SPC그룹의 대표 베이커리인 파리바게뜨를 빠르게 도입하고 싶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글로벌 커피 브랜드 ‘파스쿠찌’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주 3세다.
파리바게뜨는 프랑스와 영국에 이어 유럽 내 세 번째로 이탈리아 시장에 첫 발을 딛게 됐다. SPC그룹이 한국을 찾은 마리오 CEO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다. 출점 방식은 ‘마스터 프랜차이즈’다. 파스쿠찌가 SPC와 손잡고 지난 2002년 국내에 매장을 낼 때와도 고스란히 닮아 있다. 파리바게뜨의 브랜드와 품질 관리 기술이 파스쿠찌의 손을 거쳐 현지 각 매장으로 뻗어나가는 셈이다.
파리바게뜨 강점은
‘표준화’와 ‘구색 수’
‘표준화’와 ‘구색 수’
마리오 CEO는 수 차례 ‘표준화’를 강조했다. 베이커리의 본고장인 유럽 무대를 두드릴 파리바게뜨만의 특징을 설명할 때도, 양 측의 사업 전략을 밝힐 때도 이탈리아어로 ‘standard(표준)’이라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빵을 주식으로 삼는 유럽에서도 파리바게뜨만큼 다양한 제품을 꾸준히 균일한 품질로 제공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탈리아 베이커리의 체계적인 운영과 관리는 그동안 제한적이었다”면서 “밀라노에서 찾은 장인의 빵을 볼로냐에선 맛볼 수 없었다”고 했다. 반면 어느 곳에나 뛰어난 맛을 빠르고 동일하게 구현해낼 수 있는 게 한국 브랜드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치아바타’ 같은 대표적인 몇몇 빵을 내놓을 뿐인 대부분의 현지 베이커리와 비교해 압도적인 구색 수는 새 시장에 진출할 파리바게뜨의 또 다른 강점이라고 꼽았다. 품질 관리와 제품 다양화 모두를 가능케 하는 ‘베이크 오프’ 체계가 특히 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초저온으로 발효를 중단시킨 ‘휴면 반죽’을 미리 대량으로 생산해둔다. 각 매장은 신선한 상태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이 반죽을 사용해 매번 다양한 빵을 구워낸다.
점포별로 300여 종에 이르는 상품 종류를 갖추면서도 어디서나 품질을 동일하게 유지해내는 파리바게뜨만의 비밀이다. 그는 “해외 베이커리는 보통 각자 수작업으로 빵을 만들기에 다양하게 생산하기가 힘들지만 파리바게뜨는 다품종 생산이 시스템화돼있다”면서 “베이크 오프를 다른 국가 매장에도 도입한다면 더욱 일관된 맛의 빵과 디저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첫 만남서 곧바로 사랑에 빠져”
파스쿠찌가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진출을 맡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양 측이 쌓아온 우정만 해도 벌써 20년이 넘기 때문이다. SPC와 파스쿠찌의 첫 만남은 지난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 남동부의 항구 도시 ‘리미니’의 작은 파스쿠찌 점포에서 우연히 마주쳐 서로를 알아본 우리는 곧바로 사랑에 빠졌다”고 마리오 CEO는 회상했다.
이듬해 허영인 SPC 회장은 파스쿠찌를 국내에 들여 왔다. 이후 한국은 파스쿠찌의 핵심 진출국이 됐다. 가맹점 수는 매장이 진출한 17개국 중 최대 수준인 500여 개에 달한다. 파스쿠찌 CEO는 “허 회장의 탁월한 리더십 덕에 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면서 “같은 마음을 품고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