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내놓은 ‘부담금 정비 및 관리 체계 강화 방안’을 보면 학교용지부담금,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등 18개 부담금을 폐지하고 전력산업기반기금·개발부담금 등 14개 부담금이 감면된다. 이미 폐지 방침을 밝힌 4개의 부담금까지 포함하면 현행 91개의 부담금 중 40% 가까이를 정비하는 것이다. 정부가 법정 부담금에 대한 전면 손질에 나선 것은 2002년 ‘부담금관리기본법’을 제정한 후 처음이다. 부담금은 조세가 아니면서도 의무적으로 부과돼 ‘준조세’ 성격을 띤다는 비판이 지속돼왔다.
규모가 가장 컸던 전력산업기반기금의 경우 요율이 3.7%에서 2.7%로 1.0%포인트 떨어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4인 가족 기준 연 8000원의 전기요금 감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6만 개 정도 되는 뿌리기업의 경우 연간 62만 원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기료가 연간 300억 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여권 발급 비용에 붙어 있던 국제교류기여금도 조정했다. 단수여권(5000원)이나 여행증명서(2000원)에 붙던 부담금은 폐지하고 복수여권에 부과되던 것은 3000원 인하하는 방식이다. 공사 등의 행위로 인해 발생하는 도로 공사 비용을 원인자에게 부과하던 도로법 원인자부담금은 1961년에 도입된 후 63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환경 관련 부담금도 상당수 조정됐다. 경유차 소유자에게 반년마다 부과되던 환경개선부담금은 1만 5190원에서 7600원으로 절반 가까이 낮춘다. 껌은 폐기물 부과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농지전용 허가를 받으려는 사람이 부담하던 농지보전부담금은 농업진흥지역이 아닌 곳에 한해 부과 요율을 공시지가의 30%에서 20%로 인하한다.
올해만 한시 감면되는 부담금은 총 2건이다. 개발이익에 부과되던 개발부담금은 수도권 지역은 50%, 비수도권 지역은 100% 면제한다. 건설업 부진이 내수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건설 경기 활성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도시가스비 등 소비자들의 공과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비발전용 LNG에 한해 수입·판매 부과금을 30% 낮추는 방안도 정비안에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부담금 정비로 인한 급격한 기금 수입 감소가 재정 투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담금만 해도 일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이번 요율 감면으로 수입이 연간 9000억 원 감소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기금에 여유가 있다”며 “불필요한 사업을 정리하는 지출 구조조정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