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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건축, 파티는 끝났다

김태영 건설부동산부






곳곳에서 ‘장밋빛 재건축’을 기대하게 만드는 목소리가 넘쳐난다. 정부는 연초 각종 재건축 규제 완화에 기반한 속도전을 예고했다. 서울시는 27일 더 나아가 현재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들에 추가 용적률을 얹어주고 기부채납 부담까지 덜어주는 사업성 강화 대책을 내놨다. 총선을 앞둔 정치인들도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 지구 추가 지정’을 너도나도 약속하는 등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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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활성화를 둘러싸고 정부·지방자치단체·정치인들이 합심한 듯 나서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일차적으로 재건축은 지어진 지 수십 년 된 노후 아파트를 새것으로 바꿔 국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순기능이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재건축은 적은 비용으로 새 집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시세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황금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요즘은 치솟은 금리와 공사비로 인해 안전·기능 측면에서 분명한 하자가 있는 노후 아파트들의 재건축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규제 완화가 어느 정도는 필요하고 또 환영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알고 있다. 갖은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공짜 재건축의 시대는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까지 공짜 재건축은 1980~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들의 용적률이 낮아 가능했다. 노후 연한을 채운 아파트들이 이번 세대에 대거 재건축을 끝내면 용적률은 대폭 높아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음 세대에 사업성을 갖춰 재건축을 하려면 홍콩 ‘구룡성채’급 초고밀 아파트 단지를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바람직하지도, 쉽지도 않은 일이다.

지금의 현실은 어쩌면 재건축 이외의 주택 정비 방안을 고민해볼 때가 됐다는 신호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은 인구 문제로 재건축이 어려워지면서 주택 장기 수선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한국의 기술력이 장수명주택을 짓고도 남을 정도로 진일보한 상황에서 30년 만에 집을 허무는 것은 그 자체로 낭비이기도 하다. 파티 그 이후의 대책을 미뤄서는 안 된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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