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스템경영으로 2년만에 매출 2배 늘려…'명노현 way' 통했다

[CEO 클로즈업] 명노현 LS 부회장

계열사 경영 관리만 해서는 성장 한계

취임후 사업형 지주사로 회사성격 바꿔

CEO회의서 목표 달성 점검하고 독려

자산도 12.6조→18.2조로 45% 껑충

배터리·반도체 등 미래산업 적극 투자

LS MnM 지분 100% 확보 공격 경영

팹리스·소재 부문 등 인수합병도 검토

그룹내 MBA 신설 등 인재육성 팔걷어

명노현 ㈜LS 부회장. /사진제공=㈜LS명노현 ㈜LS 부회장. /사진제공=㈜LS




모든 샐러리맨들에게 부회장은 '꿈의 자리'로 통한다. 오너가 아닌 직장인이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성과가 바로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위로는 회장과 독대해 의중을 읽어내면서 그룹의 경영전략을 짜고 아래로는 임직원들을 총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명노현 ㈜LS 부회장은 재계에서 몇 명 되지 않는 부회장 중에서도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관리직이라기보다 아직도 현장에 강한 ‘실전형’ 부회장인 셈이다.

실제 그가 취임하기 직전인 2021년 12조8293억 원이었던 LS의 매출은 불과 2년 뒤인 지난해말 24조4807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 역시 5753억 원에서 8897억 원으로 56% 상승했고 기업의 외형적 성장을 보여주는 자산 역시 12조 6259억 원에서 18조 2460억 원으로 45% 올랐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명 부회장은 LS그룹을 대표하는 대표적 재무통이자 2022년 출범한 구자은 LS 회장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LS의 고속 성장 배경에는 명 부회장이 입안한 '시스템 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명노현 웨이(way)’다. 1987년 LS전선의 전신인 금성전선 시절 입사해 대표이사 사장까지 지낸 그는 2022년 지주사 발령을 앞두고 ㈜LS의 체질을 바꿔야 더 큰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구상에 따라 내린 결정이 관리형 지주사에서 사업형 지주사로 회사 성격을 바꾸는 일이었다. 그는 지주사 합류를 앞두고 구 회장에게 "글로벌 경영환경에 급변하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관리형 회사로 남아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하면서 시스템경영을 현실로 구현했다.



시스템 경영은 크게 나눠 4가지 방법으로 구현된다. 첫 번째는 기존에 해왔던 계열사 경영관리다. 통상 지주사라고 하면 계열사 경영을 최종 결정하는 컨트롤타워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는 이런 고정관념을 바꿨다. 계열사 경영은 회사와 사업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최고경영자(CEO)에게 맡기되 사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지주사 차원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식이다. 명 부회장은 2주에 한 번씩 열리는 CEO 회의에서 목표치 달성 여부를 점검하고 성과 수준에 따라 독려 또는 질책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시스템 경영의 또 다른 요체는 이른바 '배전반(배터리, 전기차, 반도체)'으로 알려진 미래산업이다. 그는 LS의 미래산업을 구상하면서 주변 임직원들에게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들이 전세계에서 1등을 하는 배터리나 반도체 같은 산업군(群)에서 우리가 잘하는 소재산업을 해보자"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명 부회장은 도리어 더 적극적인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외형상 위기로 보이는 지금이 오히려 성장을 위한 기회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최근 “요즘 배터리 사업이 주춤하기 때문에 각종 설비나 인재들을 더 구하기 쉬워졌다”며 “절대 위축되지 말고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 부회장의 공격 경영이 이미 성과를 낸 곳도 있다. 이차전지 소재기업인 LS MsM(옛 LS-니꼬동제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당초 일본 기업인 JKJS이 갖고 있던 지분 49.9%를 사모펀드(PEF)에서 사들이는 방안이 유력했으나 명 부회장이 나서 지분 매입을 주도하면서 구도가 달라졌다. 이 회사가 '소재→전구체→양극재→배터리재활용'으로 이어지는 LS그룹의 이차전지 밸류체인에서 소재가 재활용을 맡고 있는만큼 100% 자회사로 둬 시장공개(IPO)에 나서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현재 LS MnM은 전북 새만금과 온산국가산단에서 이차전지용 소재 생산시설을 건립하고 있으며 당시 인수금액(9341억 원)을 뛰어넘는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명 부회장은 이밖에 반도체 분야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소재 부문 인수합병(M&A)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S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래산업 성장과 투자를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기차 충전 자회사인 LS이링크와 LS MnM의 IPO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이와 같은 적극적 재무전략은 재무통 출신인 명 부회장의 주특기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명 부회장이 내세우는 시스템 경영의 4대 축 중 하나가 유연하고 적극적인 재무 전략 수립이기도 하다.

시스템 경영의 마지막은 결국 인재다. 그는 평소 “삼성하면 관리 ,LG하면 인화(人和)라는 색깔이 있지만 LS는 보수적이다라는 인상만 있을 뿐 뚜렷한 인재상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해왔다고 한다. LS의 100년을 책임질 인재와 조직문화를 만들어 내는 게 그의 최종 숙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그룹 내에 신설된 경영전문대학원(MBA)이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그룹 연수원인 LS미래원과 경희대 테크노 경영대학원이 함께 운영하는 LS MBA는 정규 학위를 딸 수 있는 코스이며 △빅데이터 및 디지털 애널리틱스 △신사업개발론 △신산업융합론 등에 대한 이론 강의와 △신사업 프로젝트 등의 과목으로 구성됐다.

LS의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CES 참관 그룹 내에 챗 GPT 교육 과정이 신설됐는데 명 부회장이 가장 먼저 참석할 정도로 열의를 보여 임직원들의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