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北 편든 러시아,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패널 내달 활동종료

안보리 활동연장 결의안 러 거부 채택 불발

제재이행 보고서, 위반조사 등 임무에 제동

"CCTV 파손과 같다" "러-북 타락한 거래"

유엔 "대북제재위는 지속…감시 계속 수행"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타스 연합뉴스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타스 연합뉴스




북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안보리)의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활동이 러시아의 임기 연장 거부권 행사로 불발돼 내달 말 종료된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 국가는 “평화와 안보를 약화시키는 행동”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선 가운데 유엔은 “대북 제재위는 지속되고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여전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보리는 28일(현지시간) 회의를 열고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한 결과,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안보리 이사국 15개국 중 13개국은 찬성했고, 1개국은 기권했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하며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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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임기 연장 표결에 오른 전문가 패널은 안보리 대북제재위를 보조해 북한의 제재 위반 혐의 사례를 조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매년 두 차례 대북제재 이행 위반에 관한 심층 보고서를 내왔다.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출범했으며 안보리 상임이사국 파견 전문가를 포함한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됐다. 안보리는 매년 3월께 결의안 채택 방식으로 전문가 패널의 임기를 1년씩 연장해왔는데, 이번 표결에서 채택이 불발되면서 이들의 임기는 오는 4월 말 종료된다.

임기 연장을 가로막은 러시아는 최근 무기 거래를 포함해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대북제재에 일몰 조항을 신설하자’는 자국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이는 명분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달 발간된 연례 패널 보고서에는 대북 제재를 위반해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한 정황이 사진과 함께 구체적으로 담겼다. 수많은 정황 증거에도 러시아는 ‘명백한 증거가 없다’며 북한과의 무기거래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패널 보고서에 추가적인 제재 위반 증거가 명시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전문가 패널 유지를 차단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이날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안이 부결된 데 대해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하다”고 비판했다. 황 대사는 “전문가 패널이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인질이 됐다”며 “러시아가 국제 평화와 안보 유지라는 안보리의 집단적 책임보다 맹목적인 이기주의를 앞세우면서 안보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중요한 산하 기구가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미국도 대북제재 약화와 한반도 평화 위협 등을 우려하며 러시아의 선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는 북한과 체결한 타락한 거래(corrupt bargain)를 진전시키기 위해 오늘의 행동을 통해 국제 평화와 안보를 냉소적으로 약화시켰다”고 맹비난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오늘의 무모한 행동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여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매우 중요한 제재를 더 약화시킨다”며 “북러 군사 협력 심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모든 국가가 매우 걱정해야 할 사안이며 그런 국가에는 오늘 기권하기로 선택한 중국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엔은 패널 활동 종료와 관련해 대북제재위는 지속되고, 제재 체제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은 여전히 수행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이 부분(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유엔 사무총장이 관여할 역할이 없다”면서도 “안보리 이사국과 대북제재위 구성원 국가들은 대북제재를 포함한 모든 안보리 제재를 지속해 알리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회원국 역시 제재 결의를 포함한 모든 안보리 결의를 효과적으로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 의장국인 스위스의 파스칼 베리스빌 유엔대사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제재는 그대로 남아 있다”며 “대북제재위원회는 제재 이행을 위해 독립적인 전문가의 분석과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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