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40년 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에 따른 과밀억제권역 등 중첩된 규제 해소를 위해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다. 국토균형발전을 목표로 한 수정법이 오히려 족쇄가 돼 규제가 덜한 도시로 기업들이 떠나고, 발전이 정체돼 베드타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 내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된 지자체는 전체 31개 시·군 가운데 14곳으로 절반에 달한다. 과밀억제권역은 1982년 정부가 제정한 수정법 아래 인구와 산업이 지나치게 집중됐거나 집중될 우려가 있어 이전하거나 정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을 말한다. 의정부·구리·남양주·하남·고양·수원·성남·안양·부천·광명·과천 등이 포함돼 있다.
과밀억제권역에 포함되면 대학교나 공공청사, 연구시설, 인구집중유발시설의 신설 또는 증설, 공업지역의 지정 허가 등에 제한을 받는다. 인구 집중 유발시설의 유입과 허용 총량을 억제하면서 공업지역 지정도 불가능하고, 법인을 설립하면 취득세·등록면허세가 3배 중과된다. 국외진출 기업이 국내로 복귀하면 주는 법인세 50~100% 감면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도가 최근 발간한 ‘경기도 규제지도’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 등 중첩규제를 받는 시·군이 상당수다. 남양주가 대표적인 중첩규제 지역 중 하나다. 전체 면적의 절반 가까운 47.2%가 수도권 규제 대상인 성장관리권역인 데다, 42.5%는 자연보전권역, 10.2%는 과밀억제권역으로 총 8개 규제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경기도 전체가 수정법의 규제를 받고 있다 보니 이런 규제를 피해 산업단지 보다 소규모 공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도 내 곳곳에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매 선거 때마다 외치는 ‘자족도시’는 공허한 메아리가 됐고, ‘베드타운’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른 영향은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2000년 89% 수준이던 수원시 재정자립도는 40%대로 추락했고, 고양시는 30%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이분법적 논리로 나눠 획일화 된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범현 성결대 도시디자인 교수는 “경기도를 과밀억제권역이라는 큰 원으로 묶고 있는데, 도시계획을 할 때처럼 동·리 단위로 세부적인 구획이 필요하다”며 “특히 수도권 계획을 정부가 아닌 지자체에 넘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은순 수원시정연구원 도시경영연구실장은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나뉜 이분법적 시각을 버리고 인구·교통·인프라·지역특화정책 등을 바탕으로 지역별 성장 가능 방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 내 지자체장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양·수원·성남 등 경기도 내 12개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난해 11월 ‘과밀억제권역 자치단체 공동대응협의회’를 구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협의회장인 이재준 수원시장은 지난 26일 의왕시에서 열린 올해 제1회 정기회의에서 “과밀억제권역에 속한 지방정부가 한목소리를 내 가장 시급한 세법 중과세 문제부터 풀어내야 한다”며 “과밀억제권역 재조정, 수정법 개정까지 단계별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했다.
이현재 하남시장 “서울시 인구 억제를 위해 만들어진 과밀억제권역 규제가 제정된 당시 수도권 비중이 42%였으나 2010년에는 49%, 현재는 50.5%로 증가했다”며 “이처럼 수도권의 과밀억제는 개선되지 않은 채 기업 이전만 가로 막혀 있고, 일자리 부족으로 경기도민들은 서울로 출·퇴근하며, 교통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