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 지지율이 한 달 만에 6%포인트 급락하며 더불어민주당에 역전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총선을 앞두고 잇따라 터진 ‘이종섭·황상무 리스크’가 여당 지지율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비례정당 돌풍을 일으킨 조국혁신당의 선전에 힘입어 유권자 10명 중 6명은 총선에서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경제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의뢰해 3월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한 달 전보다 6%포인트 내린 35%로 집계됐다. 올 들어 세 차례 진행된 정기 여론조사 중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2월에 지지율 급락으로 국민의힘에 추월을 허용했던 민주당은 3월 37%로 소폭 상승하며 오차범위 내 선두를 되찾았다.
민주당은 총선 지역구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국민의힘을 크게 앞질렀다. ‘내일이 총선일이라면 지역구 의원으로 어느 정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을 택한 응답자는 한 달 전 40%에서 48%로 뛰어오른 반면 국민의힘은 41%에서 35%로 급락했다.
비례대표 투표 희망 정당 조사의 경우 응답자의 31%가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택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조국혁신당은 각각 24%로 동률을 이뤘다. 범야권 비례정당 지지율을 합하면 48%로 국민의미래를 크게 앞섰다.
결국 유권자의 절반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모두 야권 후보와 정당을 뽑겠다고 답한 것인데, 특히 조국혁신당 지지자의 90%는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효과가 뚜렷했다.
이번 총선 결과 전망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8%는 민주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가장 많은 의석을 가져갈 것으로 내다봤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답변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28%에 그쳤다. 다만 지지 후보를 밝힌 응답자의 26%는 상황에 따라 투표 당일 ‘다른 후보로 바꿀 수도 있다’고 답해 선거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2%로 전달(59%)보다 3%포인트 오르며 다시 60%대로 진입했다. 반면 긍정 평가는 전달의 38%에서 34%로 한 달 새 4%포인트 떨어졌다. 또 이번 총선에서 ‘정부·여당을 심판해야 한다(59%)’는 응답이 ‘거대 야당의 독주를 심판해야 한다(48%)’는 여론을 크게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에 대해 유권자의 65%는 ‘협상을 통해 증원 규모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매년 2000명씩 5년간 총 1만 명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원안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31%)’는 응답보다 두 배 넘게 높은 수치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3월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여당의 다수 의석을 점치는 응답보다 두 배 이상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선 결과를 좌우할 ‘캐스팅보트’인 충청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 정권 심판론에 대한 답변이 60% 안팎에 달해 전국적으로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 이반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은 비상 체제를 발동하고 야당을 향한 네거티브 공세와 각종 총선용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권 심판론이 거세 막판 반전의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7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범야권이 국회 다수를 차지할 것이라는 답변이 50% 이상을 기록했다. 특히 40대는 77%가 여소야대에 베팅해 전 연령층 중 범야권의 승리를 점치는 이들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어 30대(67%), 50대(65%), 18~29세(56%), 60대(50%) 순이었다.
보수 성향이 강한 70대 이상만 유일하게 40%가 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해 범야권 다수석 답변(27%)보다 많았다. 다만 모름·응답거절(33%) 비중이 타 연령대(5~16%) 대비 두 배 이상 높아 표심 변화의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별로는 모든 지역에서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광주·전라(호남) 지역에서는 이 같은 답변이 77%에 달했고 인천·경기(59%), 서울(54%) 등 수도권에서도 과반을 차지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마저도 여소야대 답변(44%)이 여당 다수석 확보(34%)를 10%포인트 앞질렀다. 전국 선거마다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던 충청과 PK에서도 범야권 다수 의석을 점치는 답변이 각각 59%, 57%에 달했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이종섭·황상무 논란, 윤석열 대통령 대파 값 논쟁 등 각종 악재가 터지면서 정권 심판 목소리가 커지자 여소야대 전망에도 힘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결과 ‘정부와 여당이 국정운영을 잘못하는 것에 대해 심판해야 한다’는 답변은 59%를 기록해 2월(58%)보다 1%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를 심판해야 한다’는 거야 심판론에는 48%가 동의하는 데 그쳐 같은 기간 6%포인트 감소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20~50대까지는 정권 심판론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일제히 60% 이상을 기록했으나 거야 심판론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최대 49%(30대)에 그쳤다. 지역별로 봐도 TK(41%)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정권 심판’ 답변이 반대보다 많았다. 서울(57%), 인천·경기(60%) 등 수도권과 호남(80%)은 물론 충청(57%), PK(62%)에서도 정권에 대한 불만이 컸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초비상’이 걸린 여당은 야권을 향한 네거티브 공세와 5세 무상교육, 국회 세종 이전 등 대형 공약을 내세워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대통령실 역시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하는 등 국민 마음 돌리기에 나섰다. 하지만 큰 흐름을 바꾸기에는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를 열흘 앞뒀기 때문에 갑자기 큰 사고가 나지 않는 한 변수가 없을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논란 역시 현시점에서는 판세에 큰 지장을 주기 어렵다”고 봤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여당도, 대통령도 이미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다 꺼냈다”며 “중도층의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이 워낙 커 (여당이) 단기간에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서울경제신문·한국갤럽의 7차 정기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 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3.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