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 속 치열한 경쟁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성장을 거듭해 온 글로벌 장수기업들. 브랜드 철학을 담은 독자적 기술력과 장인 정신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온 이들의 100년을 향한 도약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이들의 공통점은 '혁신의 힘'이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이끌며 시대를 주도해 온 저력이 남다르다.
■ 혁신의 아이콘 후지필름, 장인정신과 끊임없는 도전으로 일궈낸 90년
후지필름은 세계적으로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기업이다. 올해로 90주년을 맞이한 후지필름은 필름 부문 사업이 총이익의 70%를 차지하던 시절, 그 영광에 안주하지 않고 디지털 시장으로 빠르게 체질을 전환하며 신 시대를 맞이했다.
불과 이십여 년 전인 2000년 무렵만 해도 필름 전성시대가 이렇게나 빨리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게 될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당시 각각 140년, 130년을 넘긴 아그파, 코닥이 필름 캐시카우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고 머뭇하던 사이, 후지필름은 '탈 필름'을 선언하며 사업 구조를 과감히 바꿨고 그 결과는 적중했다.
경쟁 필름 기업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무너져내리는 사이 후지필름은 2004년 당시 제2의 창사를 선언하며 사업 다각화를 전개했다. 단, 원칙은 분명했다. 본업과 무관한 분야는 절대 진출하지 않는다는 신념이었다.
후지필름은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 광학 기기 시장으로 빠르게 사업 방향을 바꾸는 것은 물론, 필름 개발 연구에서 확보했던 10만여 점이 넘는 화학 물질을 기존 또는 신 산업에 결합하는 등의 도전으로 거침없는 확장을 이어나갔다.
필름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콜라겐을 인간의 피부에 적용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화장품, 얇은 두께와 균일한 표면이 중요한 필름 기술을 활용한 전자소재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LED 패널에서 시야각 확대에 필요한 필름 소재의 경우 후지필름이 세계 무대를 독점하고 있다. 이렇듯 후지필름은 과감한 신기술 연구개발로 현재 의료산업, 전자재료, 디지털카메라, 화장품, 방송 시장 등에 이르기까지 전천후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창립 90주년을 맞아 지난 1월 발표한 글로벌 목표에서도 후지필름의 브랜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된 ‘세상에 더 많은 미소를 전하다(Giving our world more smile)’ 메시지에는 다양한 아이디어, 고유한 역량, 그리고 특별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함께 공개한 90주년 엠블럼 ‘90th에서 100th까지, 그리고 더 너머의 미래로’에는 그린에서 하늘색으로 변화해 가는 ‘그린 그라데이션 라인’이 적용됐다. 서로 다른 색이 만나 다채롭고 조화로운 빛깔을 내는 그라데이션 디자인은 다양한 개성을 모아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는 후지필름의 의지와 닮아있다.
후지필름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는 ESG 경영 기업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2017년 8월에 CSR계획 Sustainable Value Plan 2030(SVP2030)을 발표, 환경, 건강, 생활, 업무방식 등 4개 분야에 서플라이 체인, 거버넌스를 더해 15개 중점과제를 수립해 실천 중이다. 환경 영역의 경우 기후변동 대응, 자원순환 촉진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고 이산화탄소 및 폐기물 배출 감소, 물 절약, 리사이클 등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 한계를 혁신해 온 뱅앤올룹슨, 음향 장비 시장에 새 시대 열어
1925년 설립돼 99주년을 맞이한 덴마크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은 음향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혁신 의지로 세계 오디오 시장을 선도해 왔다.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은 피터 뱅(Peter Bang)과 스벤드 올룹슨(Svend Olfsen) 창립자 두 명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단순한 음향기기를 넘어 ‘생활의 동반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각지를 향해 브랜드 철학을 펼쳐 온 뱅앤올룹슨은 지금 이 순간에도 오래도록 삶 속에 함께하는 제품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뱅앤올룹슨은 음향시장에 새로운 장을 열기 위해 지난 70여 년 동안 정교한 알루미늄 산화 가공을 통한 고품격 청취에 집중했다. 대다수의 브랜드가 음향 기기에 카드뮴, 크롬, 니켈 등 중금속을 사용하던 1955년부터 알루미늄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며, 그 결과 견고하면서도 유연하며 부식에 강한 알루미늄을 핵심 소재로 적용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뱅앤올룹슨의 경쟁력은 독보적인 음질 외에도 '세상에 없던 디자인'에서 나온다. 사각 모양을 탈피한 둥근 오디오, 벽에 부착하는 육각형 벌집 타일 모양 오디오 등 뱅앤올룹슨의 변화무쌍한 시도는 오디오 마니아들의 눈과 귀를 끌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뱅앤올룹슨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색상, 모양으로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모듈형 스피커 시장에서까지 소리와 디자인 모두를 만족시킨 브랜드로 음향 시장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냈다.
친환경 공정도 눈길을 끈다. 뱅앤올룹슨의 ‘베오사운드 레벨’과 ‘베오사운드 이머지’는 자원을 포함한 제품 생산 전 과정의 친환경성을 과학적으로 점검하는 프레임워크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신뢰받는 ‘크래들 투 크래들’ 인증을 받은 바 있다. 또한, 2040년까지 제작 과정 전반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장기 플랜을 발표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 레고그룹, 브랜드 철학으로 어린이 위한 더 나은 시대 열어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난감 브랜드 중 하나인 레고는 1932년 덴마크의 목수 키엘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이 창업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레고 브릭’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한 레고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비디오게임과 PC게임 밀려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당시 시장 트렌드에 대응하는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 및 출시했으나 전통 장난감 시장 축소 및 해외 저가 장난감 공세, 출산율 감소 등으로 손익 구조가 크게 악화된 것.
위기에 빠진 레고는 대대적인 조직 혁신을 단행했다. 고비용 공장과 무분별한 제품 라인을 모두 폐쇄하고, 일반적인 신제품을 내놓는 대신 기존 제품을 혁신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창의성을 강조했다. 듀플로, 시티 같은 전통적인 레고 라인을 복구하면서 키덜트 층도 함께 공략할 수 있는 전략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후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등의 콘텐츠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다양한 상품을 내놓은 레고는 성인 이용자층 확보에 성공하며 2012년에는 세계 2위 완구 업체로 등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테마파크, 실내 놀이터 등의 오프라인 분야를 비롯해 영화, 게임 등의 콘텐츠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브랜드 영향력을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다.
■ 글로벌 패션 명가 라코스테, 엄격한 기준과 책임감으로 일궈온 저력
라코스테는 엄격한 기준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브랜드 설립의 핵심인 ‘패션 스포츠’ 아이덴티티를 강화해왔다. 창립 91주년을 맞은 지금까지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갖춘 컬렉션을 꾸준히 선보이며 브랜드 헤리티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스포츠 패션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토대로 출시된 라코스테의 제품은 일상에서도 다양한 매치가 가능하다. 전문 선수단의 유니폼으로 제작될 만큼 우수한 통기성과 가벼운 착용감도 장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나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이라는 브랜드 설립자 르네 라코스트의 신조를 실천하는 섬유 선정 기준 또한 주목된다. 라코스테는 환경을 고려해 재료 선정 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강제 노역과 아동 노동에 반대하는 행동 규범 준수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렇게 탄생된 라코스테 폴로셔츠의 코튼 원단은 표준 이상의 높은 품질과 디테일로 전세계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