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2009년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이후 11년 동안 단 한 번도 사고를 내지 않았다. 보험사가 보험료 책정을 위해 매기는 할인·할증등급에서도 상위 등급(22등급)에 오른 모범 운전자였다. 하지만 생계가 어려워지면서 보험을 잠시 해지한 뒤 재가입하자 등급이 11단계나 떨어졌다. 보험사가 A씨의 무사고 경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보험료는 전보다 갑절 가까이 올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일 A씨와 같은 자동차보험 재가입자가 무사고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자동차보험 경력인정기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책정할 때 가입자를 1~29등급으로 구분하고 등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하고 있다. 최초 가입자에 11등급을 매기고 사고가 없으면 1년마다 등급을 한 단계씩 높인다. 재가입 시에는 이전 등급을 고려하지 않고 최초 가입자와 같은 11등급을 부여한다.
금융 당국은 이를 개정해 재가입자 중 과거 우량가입자(15~19등급)는 이전 등급에서 3등급만 하향 조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재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등급에 따라 전보다 11.6%~48.1%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가령 A씨의 경우 이전에는 보험료로 82만8000원(11등급)을 부담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48만3000원(19등급)만 내면 된다.
다만 재가입 전 사고가 잦았던 가입자(1~8등급)는 등급을 하향 조정한다. 이전에는 재가입시 11등급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8등급으로 분류된다. 금융당국은 “장기 무사고자는 보험 경력이 단절되더라도 과거 무사고 경력 등을 합리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 “장기 무사고자와 다사고자 간 보험료를 차등 부과해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군 운전병, 관공서 운전직 등 자동차보험 보험 가입경력으로 인정되는 운전경력에 장기렌터가 운전경력도 포함하기로 했다. 경력을 인정받으려면 임차인으로 명시된 임대차계약서와 임차료 납입증명을 보험사에 제출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