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금융권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 시정에 팔을 걷었다. 올해 상시 현장 감독을 통해 사업장의 개선을 유도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자율 시정으로는 뿌리깊은 차별 관행을 없애지 못한다고 우려한다.
3일 고용노동부가 저축은행 26곳, 카드사 5곳, 신용정보회사 4곳 등 금융기관 35곳에 대해 감독한 결과에 따르면 34곳에서 185건의 법 위반이 적발됐다.
감독 목적인 불합리한 근로자 차별이 있던 곳은 13곳(14건)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기관 10곳 중 4곳에서 차별이 이뤄진 것이다. 적발 사례를 보면 A저축은행은 정규직 근로자가 받는 건강검진, 사내대출, 학자금 지원을 기간제 근로자에게 예외로 뒀다. 자기계발비, 생일축하금을 선별 적용하거나 복지카드, 식대를 차등 지급하는 곳도 있었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고용 형태를 이유로 상대적 불이익을 준 셈이다. 이런 상황은 금융권 전체의 문제다. 고용부가 작년 은행 5곳, 증권사 5곳, 보험사 2곳 등 금융기관 12곳에 대해 감독을 벌인 결과에서도 7곳에서 복지 혜택을 차등 지원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보다 출근을 10분 일찍 하라는 황당한 사내 규정도 드러났다.
고용부는 작년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직접 대상 기관과 간담회를 열고 제도 개선을 당부할 정도로 현장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올해 비정규직 차별을 막기 위한 기획 감독을 연중으로 실시하고 주요 위반 사례도 배포할 방침이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민간 사업장 스스로 차별 문화와 제도를 없애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작년 12월 고용부가 차별 예방 및 자율 개선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게 대표적인 예다. 가이드라인은 강제 사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어서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당시 가이드라인에 대한 논평에서 “가이드라인은 00을 ‘금지한다’가 아니라 ‘노력한다’ ‘개선한다’는 식으로 기술돼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차별 비교대상 확대, 노동조합의 시정청구권 보장, 차별시정 신청기간 확대 등 법과 제도에 대한 개선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